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를 계기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약 15분간의 짧은 회담을 가졌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포기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미국 뉴저지에서 워싱턴DC로 출발하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가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를 포기할 준비가 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가 열리기 전 바티칸 성 베드로 내부에 의자를 놓고 앉아 ’15분 회담’을 나눴다. 지난 2월 미 워싱턴 DC 백악관 정상회담이 파행한 지 약 2개월 만의 만남이었다. 회담 직후에는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알려지지 않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시 미국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다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왜 크림반도를 포기했는지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크림반도 문제와 관련해 우리 행정부를 문제 삼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크림반도는 오바마가 한 발의 총알도 쏘지 않고 러시아에 넘겼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추가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면서 “그는 계속해서 무기가 더 필요하다고 하고 있다. 나는 (종전 협상에서) 러시아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볼 것”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좋은 만남을 가졌다.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만남이었다”며 “젤렌스키는 자신의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어 하며, 훌륭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설전 속 파행된 것과 관련해서는 “약간의 논쟁이 있었지만, 그가 한 말에 대해 제가 동의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관계가 나빴던 적은 없다”고 했다. “젤렌스키는 정말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서는 “총격을 멈추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합의에 서명하길 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협상 초안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의 서명을 통해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군사적 옵션을 고려 중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며 2차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군사적 옵션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강력한 수단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더 이상 장난은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의 책임을 전임자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돌리기도 했다. 그는 “이 전쟁은 바이든의 전쟁이라는 점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며 “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 자리에 왔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