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절차는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이 과정에서 추기경 등 고위 성직자들이 착용한 둥그런 모자도 자주 눈에 띄었다. 생전 교황도 자주 쓰던 모자다. 이 모자의 이름은 주케토(zucchetto)로, ‘작은 바가지’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중세 가톨릭 교회에선 성직자에 서품되면 가운데 머리를 삭발해야 하는 관행이 있었다. 민머리만 남는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주케토를 쓰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삭발 관행은 1972년 교황 바오로 6세가 폐지했으나 주케토는 전통의 일부로 남았다. 교황은 흰색, 추기경은 주홍색, 주교는 보라색을 사용한다. 일반 사제는 검은색이다.
이 밖에도 가톨릭 성직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모자를 착용한다. 사각형 꼭대기에 술이 달린 모자는 영어로 비레타(Biretta)라고 하는데, 작은 모자를 뜻하는 중세 라틴어 ‘비레툼’에서 왔다. 신임 추기경을 임명할 때 교황이 빨간 비레타를 씌워주는 장면이 유명하다 현대 대학의 일부 학위 모자가 이와 비슷한 형태다.
높은 오각형 형태의 주교관(主敎冠)은 라틴어로 미트라(Mitra)라고 한다. 머리띠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주교 이상 대주교·추기경·교황이 착용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주교관을 쓰고 안장됐다. 교황은 본래 왕관 세 개를 겹친 삼층관을 쓸 수 있다. 세속 군주의 권위와 비교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나치게 권위적 느낌을 주는 탓에 1978년 선종한 바오로 6세 이후 실제로 착용한 교황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