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슈퍼볼 LIX 우승팀인 NFL 챔피언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월간지 어틀랜틱 먼슬리(The Atlantic Monthly)와 가진 두 차례 인터뷰에서 자신이 첫번째 임기 때에는 나라를 운영하고 동시에 대통령으로서 생존해야 했지만, “두번째 임기에서는 나라와 세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참모들은 이 잡지에 트럼프 대통령이 1기때보다 현재 임기를 더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 대통령 3선 출마가 민주주의 규범을 깨게 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그렇게 되면 엄청난 파괴(a big shattering)이겠지만…어쩌면 나는 그걸 깨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트럼프 재단에선 ‘트럼프 2028’이란 모자를 팔고 있다.

어틀랜틱 먼슬리의 편집장 제프리 골드버그는 3월 중순 트럼프 행정부와 백악관의 주요 안보ㆍ국방책임자들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 세력을 공격하기 위해 민간 메신저 앱 ‘시그널’에 개설한 채팅방에 마이크 왈츠 국가완보보좌관 측의 실수로 초대됐다. 3월24일 골드버그는 이 채팅방에서 논의된 내용을 웹사이트에 소상히 보도했고, 이후 트럼프는 골드버그 편집장을 “아주 비열한 인간(a total sleazebag)”, 이 잡지를 “큰 패배자(a big loser)”라고 비난했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3월 말 이 잡지의 두 기자와 단독 전화 인터뷰에 응했고, 이어 4월 24일 백악관으로 골드버그 편집장과 2명의 기자를 백악관 집무실로 초청해 두번째 인터뷰를 가졌다. 6월호에 실릴 그의 인터뷰 기사의 요약본은 28일 이 잡지 웹사이트에 게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번째 인터뷰 때 ‘트럼프 2028’이 당신이 깨려고 하는 민주주의 규범이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그 문제에 대해선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고, 그건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이 아니며 바라거나 계획하는 일은 아니다. 실제로도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사람들이 내게 계속 ‘아냐, 다시 출마해야 해’라고 말한다”고 답했다.

뉴올리언스의 툴레인 대학교에서 열린 뉴올리언스 북 페스티벌에서 앤 애플바움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에프리 골드버그 The Atlantic 편집장./LOUISIANA BUSINESS INC./AP 연합뉴스

그는 또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로 인해 미국의 동맹국들이 느낄 불안감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골드버그 편집장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와의 백악관 공개 설전(舌戰)으로 “타이완이나 한국, 일본이 겁을 먹게 됐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이게 동맹국을 대하는 방식이냐고 묻지 않느냐”고 묻자, 트럼프는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너무 나쁘게 대했다”며 한국을 콕 짚었다.

트럼프는 “우리는 전쟁 때문에 한국에 가서 그들을 돌봤고 이후에도 계속 돌봤다.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한국에 4만2000명의 병력[실제로는 2만8500명]을 주둔시키고 있고 우리에게 큰 비용이지만…그들은 매우 부유해졌고, 그들은 우리의 해운(海運)과 자동차를 가져갔고 우리의 많은 비즈니스와 기술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우리에게 (주한미군 주둔은) 큰 비용이 들며, 한국에게 30억 달러를 지불하게 했는데, 바이든이 그걸 종료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2019년 협상에서 50억 달러를 요구했으나, 한국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약 10억 달러(2021년 기준 1조1833억 원)을 지불하는 새로운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체결했다.

트럼프는 “다른 나라들에게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 이들 나라는 우리 희생 덕분에 아주잘 살았다. 매우 잘 살았다. 나는 우리나라[미국]를 보호하고 싶다. 나는 이 나라가 100년 뒤에도 위대한 나라로 확실히 남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금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중 하나”라고 했다. 다음은 어틀랜틱 먼슬리의 인터뷰 진행 과정과 트럼프의 주요 답변을 요약한 것이다.

애틀랜틱 먼슬리 트럼프 인터뷰 프런트 페이지./the Atlantic monthly 홈페이지

◇트럼프 ”두번째 임기에선 나라와 세계를 운영한다”

어틀랜틱 슬리는 ‘시그널 게이트’ 이전부터 계속 트럼프 인터뷰를 신청했다. 백악관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보다 2기를 더 즐기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트럼프는 늘 그랬듯이 ‘딜(deal)’을 원했다. “그 잡지사 사람들에게 전해. 좋은 기사, 진실된 기사를 쓰면 그 잡지가 핫(hot)해질 거라고. 뭐 핫한 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 로런 파월 잡스(故 스티브 잡스의 억만장자 아내)가 소유하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그들도 언젠가 ‘더 이상은 안 되겠어’라며 손 뗄 수 있어.”

그리고 백악관 집무실에서 촬영 및 인터뷰를 하기로 했지만, 일이 꼬였다. 누군가가 인터뷰를 신청한 이 잡지의 두 기자가 과거 트럼프에 대해서 비판적인 기사를 쓴 것을 트럼프에게 상기시킨 듯했다. 인터뷰가 예정된 주에,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에 두 기자를 실명으로 비난했다. “급진 좌파 광신자로 내가 아는 최악” “지금까지도 내가 세번째 대통령 당선[2020년 대선 승리 주장 포함]된 사실을 모른다” “늘 부정적이고, 거짓말 보도뿐이다”라고 썼다.

그러나 어틀랜틱 기자들은 트럼프에 대한 오랜 취재 경험에서 그의 첫 발언이 결코 마지막 발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3월 말 어느 토요일 아침 10시 45분, 두 기자는 그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트럼프는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 소유의 컨트리클럽에 있었다. 분명 모르는 번호였겠지만, 트럼프가 전화를 받았다. “누구요?”

◇”억만장자들, 내게 깊은 존경 표해”

통화 시점에서, 트럼프는 취임 두 달 간 몰아친 행정명령 서명과 그의 적들이었던 IT 거물들의 잇단 항복에 매우 기분이 상승돼 있었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견고했고, 민주당은 저항도 못했다. 기관들은 차례로 그에게 굴복하고 있었다.

워싱턴포스트의 사주 제프 베이조스는 관례를 깨고 2024년 미 대선에서 후보 지지를 포기했고, 마크 저커버그는 트럼프와의 민사소송 합의를 위해 2500만 달러를 지불했다. 컬럼비아대를 비롯한 미국 주요 대학들이 반(反)유대주의 비난에 굴복했고, 각종 민ㆍ형사 소송에서 트럼프에 맞섰던 변호사들이 속했던 대형 로펌들도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막는 행정명령에 굴복해 관련 법률가들을 인사 조치를 취하고 트럼프에 사과했다.

왜 억만장자들이 굴복한 것일까. 트럼프는 이 질문에 “나를 높이 존중하는 것이겠지. 어쩌면 처음엔 날 잘 몰랐다가 이제 나를 아는 거지. 베이조스는 100%(지지)야. 저커버그도 아주 좋아.”

트럼프 충성파이자 브라이트바트 뉴스 전 편집장 라힘 카삼의 표현대로, 트럼프는 사람들을 자신의 뜻에 맞게 ‘구부린 것’이 아니라, ‘꺾어’버렸다.

◇“쟤네들, 큰 실수 한 거야. 우리는 이제 막 시작했어”

첫번째 임기와 뭐가 다를까. 트럼프는 “첫번째 임기에는 두 가지를 해야 했어. 나라를 운영하고 살아남는 것. (주변에) 부패한 놈들이 있었지. 그런데 이번엔 나라를 운영하는 것뿐 아니라 온 세계를 운영하는 거야.”

기자들은 트럼프에게, 그가 법무부에 ‘3선 출마’가 법적으로 가능한지 검토하도록 지시했다는 소문에 대해 물었다. 트럼프는 이를 부인했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만약 그렇다면 엄청난 충격이겠지? 음, 어쩌면 나는 [민주주의 규범을] 박살내려고 하는 걸지도 몰라.”

그는 지지자들이 종종 자신에게 3선 출마를 외치기도 한다고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그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그건 내가 추구하는 일이 아니야. 그리고 아주 어려운 일이 될 거요.”

트럼프 측근들은 2024년 11월 5일 대선 밤 마러라고에서 나눴던 이야기를 즐겨 한다. 트럼프의 승리가 아직 확정되기 전이었다. 트럼프는 혼잣말 하듯이 중얼거렸다. “음, 쟤네들 큰 실수를 한 거야. 우리를 없앨 수도 있었는데. 근데 반대로 우리는 이제 막 시작했어.”

◇두번째 인터뷰

하지만 어틀랜틱 먼슬리 기자들의 3월말 ‘무작정’ 전화 인터뷰 이후 몇 주 지나서, 트럼프가 느꼈을 ‘무적(無敵)의 외피(外皮)’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의 연방정부 효율화 팀의 업무는 혼란의 연속이었고, 관세 정책으로 주식 시장은 폭락했다. 지지율도 계속 떨어졌다(2월 45% → 4월 18~22일 39%ㆍ워싱턴포스트-ABC 뉴스-입소스 조사)

어틀랜틱의 두 기자는 4월12일 다시 전화를 걸어 후속 질문을 시도했다. 트럼프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날 밤 트럼프는 마이애미에서 종합격투기(UFC) 경기를 보고 있었다.

두 기자는 다시 대면(對面) 인터뷰를 요청했다. 트럼프의 보좌관은 트럼프가 거절했다고 통보했고, 이제 인터뷰 기사는 거의 완성 단계였다. 그러나 트럼프에겐 모든 게 ‘끊임없는 협상’ 상태였고, 다시 입장을 바꿨다.

트럼프는 4월 24일 백악관 집무실로 두 기자를 초대했다. 초청 대상엔 그가 “완전히 비열한 인간”이라고 공격했던 이 잡지의 편집장 골드버그도 포함됐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호기심 때문에, 또 나 자신과 경쟁하고, 어틀랜틱이 진실을 쓸 수 있는지 보기 위해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썼다.

◇컴백의 기술 9번째 수칙: 복수하라

사석에서 트럼프는 대중 앞에서 그가 투사(投射)하는 과장된 인물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편집장 골드버그나 잡지에 적대적인 욕설도 없었다. 그는 집무실(오벌 오피스)을 치장한 24K 금박에 대해 자랑했고, “최고급의 멋진 크리스털 샹들리에를 설치할지 말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대면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두 종류의 사람’을 구분했다. 자신이 국가를 위대하게 만드는 데만 집중하길 원하는 사람들과, 동시에 자신을 기소했던 검사들에게 복수하기를 원하는 사람들.

트럼프는 자신은 “믿거나 말거나 첫번째 그룹에 속한다”고 말했다. 어틀랜틱 기자들은 트럼프에게서 ‘보복적인 성향’은 다른 사람들에게 아웃소싱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았다고 썼다.

트럼프는 1990년대 초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가 회생한 적이 있다. 그 경험과 회복을 소재로 쓴 책이 바로 1997년에 나온 ‘컴백의 기술(The Art of the Comeback)이다. 그의 참모들에겐 필독서다.

이 책의 첫 부분에 트럼프의 ‘컴백을 위한 10대 수칙’이 있다. 1번은 골프를 쳐라. 9번은 복수하라. 10번 ‘혼전 계약서를 반드시 써라’는 그의 정치에선 별로 적용되지 않았다.

두번째 대선에서 대승(大勝)했는데, 왜 2020년 대선에서 이겼다는 주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트럼프는 어틀랜틱 기자들 말대로 ‘포기하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나는 매우 정직한 사람이고, 내 마음과 함께 사실을 믿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 기사는 “모든 투표가 재검표됐고 법원 판결도 다 났지만, 그는 여전히 사람들의 인식과 세상을 자신의 뜻대로 바꾸려 했다”고 썼다.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 민주당에 대해선 진지하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민주당이 진짜로 자신감을 잃었다고 생각하오.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소. 지도자가 없죠. 나는 민주당에 대해 많이 아는데, 지금 그들의 지도자가 누구인지 말해줄 수가 없어요. 내가 보기엔 아무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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