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미국 워싱턴DC 소재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교도 연합뉴스

일본이 내년에도 방위비를 과감하게 증액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그간 방위비 예산 책정 때 암묵적으로 지켜온 ‘방위비 국내총생산(GDP) 1% 룰’을 깨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의 2022년 예산은 올해 5조 3422억엔(약 56조원)을 크게 상회하는 규모가 될 전망이다. 방위성은 이달 말까지 2022년 예산안을 정리해 발표한다.

이미 자민당 내 국방부회는 지난 5월 “방위비의 과감한 증액이 필요하다”며 올해 예산보다 최소 6% 증액할 것을 정부에 제안한 상태다. 내년 방위비 예산은 적어도 5조 4000억엔대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시 노부오 방위상 역시 지난달 16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만나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스가 총리는 그 자리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고 한다.

과감한 방위비 증액이 추진되는 배경엔 지난 4월 발표된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있다. 공동성명 중에 ‘일본은 스스로의 방위력을 강화하기로 결의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방위비 증액을 주장하는 자민당 의원들과 방위성은 “미국과의 약속 이행을 위해 방위비 증액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급증한 중국의 국방 예산 역시 일본 방위비 증액 주장의 주요 근거다. 일본 방위성은 중국이 1989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국방 예산을 10% 이상 늘려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 2021년 국방예산도 전년보다 6.8% 늘어난 20조3000억엔(213조5000억원)에 달한다.

일본이 내년 방위비를 대폭 증액할 경우 일본 정부가 수십 년간 지켜온 ‘방위비는 국내총생산(GDP) 1% 내로 제한한다’는 이른바 방위비 1% 룰도 깨질 전망이다.

방위비 1% 룰은 1976년 미키 다케오 내각이 정한 ‘방위비는 국민총생산(GNP) 1% 이내로 제한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 룰은 1987~1989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 내각 때와 GDP가 크게 감소한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대체로 지켜졌다. 아사히는 2020년 기준 GDP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중국 1.25%, 러시아 3.09%, 한국 2.61%, 미국 3.29%라고 설명했다.

아소 다로 재무상은 지난 10일 국무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방위비는 상대적인 것”이라며 “상대국의 국방 예산이 늘어난다면 거기에 맞춰 대응하는 게 당연하다”고 발언하며 방위비 증액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영향으로 국가 예산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방위성 예산 대폭 증액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등 주변국의 반발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