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1990년대 ‘버블 붕괴기’ 때 태어난 젊은 층 사이 취업난, 저임금, 물가 상승 등 불경기로 인한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여성이 “1980년대 ‘버블 경제’ 때 젊은 시절을 보낸 엄마의 삶이 부럽다”며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글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달 6일, 19세 여성의 한 일본 네티즌은 트위터에 “호경기 속 좋은 일자리를 맘대로 고르고, 비싼 식당에서 밥을 먹고 여름에는 불꽃놀이, 겨울에는 스키를 즐기며 결혼식까지 호화스럽게 치른 엄마의 삶이 부럽다”며 “지금도 엄마는 전업 주부로서 드라마 감상, 피아노를 취미로 행복한 중년기를 보내고 있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현지 네티즌 사이 빠르게 공유되면서, 10만건을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네티즌들은 “젊을 때 ‘버블 경제’를 잠시나마 경험해본 것이 좋았던 건 맞는다” “당시엔 SNS가 없어 사소한 일로 또래 친구와 비교당할 일도 없었다” “이젠 저출산 탓에 미래 희망까지 사라지고 있지 않느냐”는 등 게시글 내용에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부모와 자녀 간 세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겉으로야 당시가 좋아 보이겠지만, 그 이면엔 여성 차별이나 치안 문제 등 힘든 점이 많았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인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 60대 여성은 “(버블 경제 땐) 취업할 곳도 많고, 경비나 식비 등도 회사로부터 지원돼 ‘꿈 같은 시대’를 살았던 건 맞는다”면서도 “다만 정체 모르는 돈이 난무했던 그때보단 안정기에 접어든 지금이 더 살기 좋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저임금과 물가 상승 등 불경기로 인한 젊은 세대 불만은 실제 사회 문제로도 가시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드러난 것이 ‘비혼’ 문제다. 지난 6월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남녀공동참가백서’에 따르면, 30대 국민 중 “결혼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남성은 26.5%, 여성은 25.4%로 4명당 1명꼴이었다. 당국 관계자는 “1인 가구 중 남성 30%, 여성 50% 이상이 연소득 300만엔 미만”이라며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낮은 소득 등 경기 악화에 있다고 분석했다. 젊은 시절부터 경제적 어려움과 직면한 이들이 다른 사람과 만남 자체를 꺼리고, 결혼을 마치 ‘사치품’처럼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 경제매체 겐토샤는 “저성장 시대 속 고용난, 저수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젊은 세대의 비관론이 일본을 휘감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