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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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 개발이 제한된 지역에 무허가로 개발해 20년을 영업한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동물원 '노스 사파리 삿포로(ノースサファリサッポロ)'/위키피디아

상업용 개발이 제한된 지역에 허가 없이 건설, 20년을 ‘무대포 영업’한 일본의 한 동물원이 뒤늦게 폐원 위기에 처했습니다. TV홋카이도 등 지역 언론들은 11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 당국이 지역 남서부 미나미구에 있는 ‘노스 사파리 삿포로(ノースサファリサッポロ)’에 대해 도시계획법에 근거한 ‘제거 명령’을 내릴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어요. 지역 당국이 동물원 폐원을 명령하는 건 일본 전국에서 최초입니다.

삿포로 산간 지역에 있는 노스 사파리 삿포로는 2005년 7월 개원했습니다. 사자·호랑이·반달가슴곰·악어 등 150여 종 동물을 관람할 수 있고 숙박 시설도 있어 지역 주민뿐 아닌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 왔습니다. 연간 방문객이 15만명에 육박할 정도였습니다.

특히 직접 우리에 들어가 호랑이에게 먹이를 주거나 뱀을 만질 수 있는 등 동물 접촉 허용 범위가 넓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혔는데요. 이 탓에 현지 언론들은 ‘일본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원’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에 있는 동물원 '노스 사파리 삿포로'에서 한 아이가 우리에 들어가 호랑이에게 직접 먹이를 주고 있다./i4u.gmo

하지만 노스 사파리 삿포로가 위치한 곳은 거주나 상업용 개발이 제한되는 ‘시가화 조정 구역’입니다. 지역 당국은 동물원 건설이 개시된 2004년 10월 이를 뒤늦게 알아차리고 개발 불가 사실을 통지했지만, 운영 업체 측은 응하지 않고 이듬해 완공했습니다.

이후 시는 주민들이 두루 이용하는 동물원이란 점에서 문서·구두로만 별도의 개발 허가를 받도록 지도했으나, 업체는 ‘개선하겠다’는 회답만 보내고 사실상 당국 지시를 무시해 왔다고 합니다. 당국이 그간 보낸 행정 지도만 17회에 달했다고 마이니치가 보도했습니다.

그사이 개원 당시 10채였던 동물원 내 위법 건축물은 지난해 기준 156채로 불어났습니다. 당국 관계자는 “조성 계획서 등 개발 허가를 받기 위한 서류를 준비하려는 의지가 애초부터 없었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에 있는 동물원 '노스 사파리 삿포로'의 영업 허가 취소와 동물 보호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 2만3000여 명이 참여했다./change.org

그러던 지난해 11월, 이 동물원이 주최한 ‘물범과 함께 숙박하기’ 등 프로그램이 ‘동물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줘 학대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일본 소셜미디어에 확산했어요. 삿포로시에도 500건이 넘는 관련 민원이 접수됐습니다. 이 여파로 동물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폐원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까지 열려 2만3000명을 상회하는 네티즌이 참여했습니다.

이에 주민 호감도가 높은 동물원 특성상 강제 폐원 조치를 주저해왔던 당국이 여론이 악화한 틈을 타 폐원 명령을 내리는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 등은 전했습니다. 특히 운영 업체가 동물원 운영에 필요한 ‘제1종 동물취급업’ 자격을 개원 2년이 지나서야 늦장 신고했다는 사실이 소셜미디어에 뒤늦게 퍼지면서 동물원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원내 음식점, 숙박 시설로 쓰이는 오두막 등에도 각각 식품위생법과 여관업법에 근거한 영업 허가를 받지 않았던 시기가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죠.

아키모토 카츠히로(秋元克広) 삿포로시 시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무허가 영업이) 개선되지 않은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의 아키모토 카츠히로(秋元克広·69) 시장/유튜브

일본 도시계획법에 따라 지역 당국이 시설 제거 명령을 내리면 강제 철거가 진행됩니다. 이에 따르지 않으면 업체 측은 1년 이하 징역 혹은 50만엔 이하 벌금을 부과받죠. 운영사 측은 삿포로TV에 “우린 동물취급업 등 운영에 필요한 허가를 모두 취득했고 (불법 개발에 대해서도) 이전부터 지역 담당 부서와 개선 계획을 진지하게 협의하고 있었다. 이번 조치는 매우 곤혹스럽다”고 했습니다.

다만 동물원 폐원 이후 이곳에 머무르던 동물들을 어디로 보낼지가 당국의 마지막 과제로 남아 있다고 요미우리는 지적했습니다. 앞서 일본에선 2012년 아키타현의 한 곰 목장이 폐업한 뒤 동물 이송처 결정이 지연돼 곰 두 마리가 쇠약사했습니다. 2018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지바현의 한 수족관에서도 보살핌을 받지 못한 돌고래가 병사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도쿄 타워'가 보이는 일본의 수도 도쿄의 전경/조선일보DB

다음 주 다시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74~75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물려받을 후계자 없어” 日 중소기업 비명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5/01/29/5TWTYO4Z4NEHPLHSO2DAZV2SEY/

25년 전 딸 살해범에 ‘범행 인정하냐’ 묻자 돌아온 추악한 답변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5/02/05/Z5IORYULPBBHLEXHHFAUKZEX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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