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부족 사태인 ‘레이와(천황의 연호) 쌀 파동’을 겪는 일본이 비축미 21만t을 방출한다고 발표했다. 흉작이 아닌데도 시중에 쌀 유통량이 부족한 이상 현상에 정면 대응하는 것이다.

에토 다쿠 일본 농림수산상은 14일 기자회견에서 “100만t을 기준으로 관리하는 정부 비축미 가운데 21만t을 방출한다”며 “시장의 쌀 유통이 막힌 상황을 어떻게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우선 15만t을 방출한 뒤 쌀 유통 상황을 지켜보며 추가 방출 시점을 판단할 예정이다. 흉작이나 재해가 아닌데도 유통 불안으로 비축미를 방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단 1년 안에 방출한 만큼을 매입해 비축량을 정상으로 되돌릴 방침이다.

소비자가 일반 점포에서 비축미를 구매하는 시점은 빨라도 다음 달 하순이 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초 한국의 농협과 유사한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JA전농) 등 대형 집하 업자를 상대로 비축미 매각 입찰을 실시해 중순쯤 인도할 예정이다. 첫 방출 물량 15만t 가운데 10만t은 2024년산, 5만t은 2023년산이다.

일본의 햅쌀 평균 도매가(60㎏·현미 기준)는 2만4000엔(약 22만7000원) 안팎으로 예년보다 50% 이상 비싸다. 일반 점포에선 5㎏짜리 햅쌀이 4000~5000엔에 팔리고 있다. 5㎏짜리 쌀은 통상 2500엔 안팎이었지만 지난해 여름 쌀 부족으로 가격이 껑충 뛴 이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방출량이 21만t인 이유는 이른바 ‘21만t 행방불명 미스터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일본 농가의 지난해 쌀 수확량은 679만t으로 흉작은커녕 전년보다 18만t이 많았다. 하지만 JA전농 같은 대형 집하 업체에 들어온 쌀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15만t에 불과해 전년보다 오히려 21만t이 감소했다. 쌀 가격이 비쌀 때 팔려는 농가가 많을 테니 당연히 물량이 늘 줄 알았는데, 정반대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전례가 없는 현상에 당황한 일본 정부가 비축미 방출이란 강수를 들고나온 것이다. 에토 농림수산상은 “누군가가 스톡(매집)해두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매집 세력이 있다면, 비축미가 시중에 나오기 전에 이들이 서둘러 판매에 나서 쌀값이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 니혼TV는 “이번 조치로 쌀 가격이 안정될지가 초점이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