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수 후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가운데 한 소녀가 “우리는 이제 천천히 죽어갈 것”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영상을 올렸다.
17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이란에서 언론인이자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마시 알리네자드가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알려졌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5년간 아프간을 통치한 당시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엄격하게 적용해 국민이 음악·TV 등을 즐기는 걸 금지하고 여성의 사회활동·외출·교육 등에도 제약을 가했다. 남성이 특정 여성을 ‘간통했다’고 지목하기만 하면 돌로 때려죽이게 하는 끔찍한 사형제도까지 도입했다. 영상에 등장한 소녀는 이런 점을 들어 탈레반이 재집권하는 것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소녀는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라며 “우리는 역사 속에서 천천히 죽어갈 것”이라고 했다.
알리네자드는 이 소녀의 영상을 게재하며 “탈레반이 진격해 오면서 미래가 산산조각나자 절망에 빠진 아프간 소녀의 눈물. 역사는 이것을 기록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만 탈레반 측은 “히잡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면 여성 인권이 제약되고 비인도적인 처우를 받을 것이라는 아프간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여성과 소녀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며 “소녀와 여성들이 힘들게 얻은 인권이 박탈당한다는 보도를 접하는 건 너무 끔찍하고 가슴아픈 일”이라고 했다.
한편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지난 2001년 알카에다의 9·11 테러로 촉발돼 20년을 끌어온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