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애니메이션 실사판’의 시대다. 잘 나가는 애니메이션은 어김없이 현실감을 더한 실사판으로 재탄생하는게 한 흐름이 됐다. 동믈을 의인화한 작품일 경우 더욱 그렇다. 정글북, 라이온킹, 아기 코끼리 덤보…만화로 먼저 나와 대중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져있다가 뒤늦게 첨단 그래픽 기술에 힘입어 실사판으로 요 몇 년 새 다시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명실상부 지구 최강 캐릭터의 반열이라고 할 수 있다.

인기 이모티콘 캐릭터 '잔망루피'의 모델인 비버가 얼굴과 몸단장에 열심이다. /미 국립공원관리청(National Parks Service) 인스타그램

그러니 요즘 가장 핫한 한국산 만화 및 이모티콘 캐릭터 ‘잔망루피’도 한국을 넘어선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언젠가는 실사판 제작이 추진되지 않을까.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가 최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이 짧은 영상은 ‘실사판 잔망루피’ 추진에 아주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잔망루피가 모델로 삼은 북미의 거대 설치류 비버가 새침한 모습으로 몸단장에 열심인 모습이다. 12만7000여개의 ‘좋아요’와 760여건의 댓글이 달린 이 동영상이 찍힌 곳은 유타주의 자이언 국립공원이다.‘

야생의 비버는 잔망루피처럼 뽀송뽀송하고 야들야들한 분홍색 피부가 없다. 대신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잿빛 털이 온몸을 뒤덮고 있다. 이 기름기의 원천은 항문 부근에 있는 샘이다. 앞다리로 온몸의 털에 문질러 바르고, 뒷다리로는 털을 세심하게 가다듬는다. 이렇게 온몸에 스며든 기름기는 완벽한 방수효과로 비버의 원활한 수중활동을 돕는다. 비버의 털은 둘로 구성돼있는데,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시켜주는 곱고 짧은 털과, 방수기능을 극대화한 기다란 털로 나뉜다. 물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특유의 비버 댐도 쌓아야하는한편 천적의 습격도 피해야 하기 때문에 비버는 항상 털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고른다.

'잔망루피'의 실제 모델인 북아메리카의 설치류 비버가 몸단장을 하는 모습. 애니메이션 및 이모티콘 캐릭터 루피와 빼닮았다. /미 국립공원관리청(National Parks Service) 인스타그램 캡처

이 동영상 속 비버가 얼굴과 몸을 단장하는 모습은 루피의 새침한 모습과 빼닮았지만, 피부미용보다는 생존이 주 목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비버의 털다듬는 모습은 잔망스럽기 그지 없다. 똑바르게 앉아서 앞발 발톱으로 귀를 흔들어서 물을 털어낸다. 그 다음 머리털을 다듬고, 눈을 문지르고, 구레나룻 같은 얼굴 주위의 털을 곱게 빗는다. 그 다음 배를 북북 긁으며 몸단장을 마무리짓는다. 비버는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덩치가 큰 설치류다.

그렇다고 그들의 적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맹금류는 뭍에 있는 어린 비버를 즐겨 채간다. 다 자란 비버라도 코요테·곰·늑대·울버린 등에게는 그야말로 한입거리다. 물속이라도 안전하지 않다. 어린 비버는 곧잘 메기에게 잡아먹힌다. 다 자란 비버가 천적 악어(앨리게이터)를 배겨낼 재간은 없다. 잔망루피 실사판을 만들 경우 악어의 선조인 공룡 크롱을 출연시킬지 고민해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