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채원(왼쪽)과 주재훈이 4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혼성전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미소 짓고 있다. 소채원과 주재훈은 이날 양궁 컴파운드 혼성전 결승에서 인도의 조티 수레카 벤남-오야스 프라빈 데오탈레에 158-159로 져 은메달을 획득했다. /뉴스1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혼성전에서 한국 대표팀 주재훈(31·한국수력원자력)과 소채원(26·현대모비스)이 은메달을 땄다. 특히 주재훈은 동호인 출신으로, 다니던 회사를 1년 휴직하고 이번 대회에 참가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재훈-소채원 조는 4일 중국 항저우의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혼성 결승전에서 인도 오야스 프라빈 데오탈레-조티 수레카 벤남에게 158 대 159로 패배했다.

컴파운드는 전통식 활을 사용하는 리커브와 달리, 도르래가 달린 활을 사용한다. 한국이 압도적인 성적을 내는 종목은 리커브다. 컴파운드는 세계적으로 기량이 평준화돼 있어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내기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종목에서 한국은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특히 주재훈에게는 의미가 더 크다. 그는 전문 선수가 아닌 양궁 동호인 출신으로, 이번 대회에는 생업도 잠시 미루고 출전했다.

주재훈은 대학생이던 2016년 취미 활동 차 경북 경산의 컴파운드 양궁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처음 활을 잡았다. 우연히 접하게 된 양궁이지만 동호인 대회에서 특출난 실력을 발휘했다. 뒤늦게 재능을 발견한 그는 국가대표를 꿈꾸기 시작했다. 영상을 보고 기술을 연마했고 지인의 축사에서 활쏘기 기술을 연습했다고 한다. 자세와 장비 튜닝법, 멘탈 관리 노하우 등도 유튜브로 배웠다. 그리고 동호인 대회에 꾸준히 출전하며 배운 것들을 익혔다.

4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혼성전 결승에서 주재훈이 활시위를 놓고 있다./연합뉴스

주재훈은 다섯 차례 도전 끝에 2023년도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지난 4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최종 평가전에서 남자부 4위를 차지하며 마침내 태극마크를 손에 넣었다. 그러나 일을 병행하며 훈련에 매진하기란 어려웠다. 그는 퇴근 후 2∼3시간 정도 훈련했는데, 전문 선수들의 3배 속도로 활을 쏘며 부족한 훈련량을 메웠다. 주재훈은 “보통 6발을 쏘면 15분이 걸리는데, 난 5분 안에 쐈다. 나만의 압축 훈련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청원경찰로 일하고 있는 주재훈은 국가대표가 되면서 진천 선수촌에 입촌해야 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 집중하기 위해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1년 휴직계를 냈다. 무급 휴직이었지만 주재훈의 아내는 남편의 결정을 지지해 줬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주재훈은 “은메달의 영광을 가족, 경북 울진의 지역사회분들, 회사 관계자분들께 돌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회사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 쉽지 않았을 텐데 휴직 신청을 받아줬다”며 “그 덕분에 국가대표 자격을 유지하고 이렇게 국제 대회에 나와 메달을 땄다. 아직 몇 경기가 남았는데 값진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주재훈은 ‘진급과 은메달 중 하나만 고르라’는 질문에는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목에 걸린 메달을 바라보며 “은메달”이라고 답했다. ‘1년 연봉과 맞바꿨다’는 취재진의 말에는 “그런 셈이지만 결코 후회는 없다”면서도 “물론 아내의 생각은 좀 다를 것 같다”고 했다.

주재훈은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국가대표에는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에 또 ‘국가대표 하겠다’고 하면 회사에서 잘릴 것 같다”면서도 “2028년 정식 종목이 되면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