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북부 핀스버리 파크 인근 건물의 외벽에 등장한 뱅크시 벽화./ AFP연합뉴스

영국 런던 북부의 한 건물에 ‘얼굴 없는 화가’로 알려진 그라피티 작가 뱅크시의 벽화가 등장했다.

19일(현지 시각) BBC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17일 런던 지역의 핀스버리 파크 인근 4층짜리 건물 외벽에는 녹색 페인트가 뿌려져 있었다. 벽 하단에는 고압 세척기를 든 작은 여성의 모습이 그려진 모습이다.

이 벽화 앞에는 가지만 남은 큰 나무가 서 있어, 멀리서 보면 녹색 페인트가 나무의 무성한 잎을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뱅크시는 지난 18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곳에 벽화를 그리기 직전의 사진을 올려 자신의 작품임을 확인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벽화를 구경하기 위해 건물 주변에 몰려들고 있다.

주민들은 자연을 파괴해선 안 된다는 환경보호 메시지를 담은 그림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동네 주민인 리디아 구에라는 “수양버들이 연상되는 그림”이라며 “앞에 있는 죽은 나무로 분투하고 있는 자연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것 같다”고 했다.

BBC 라디오4 시리즈 ‘더 뱅크시 스토리’를 제작한 제임스 피크는 “뱅크시가 압력 호스나 소화기를 활용해 벽화를 그렸을 것”이라며 “녹색 페인트는 이즐링턴 의회가 지역 표지판에 사용한 색상과 같다”고 설명했다.

피크는 이어 “뒤로 물러셔면 나무가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눈에 띄게 가짜이고 합성된 방식”이라며 “지금은 봄이고 이 나무에는 잎사귀가 돋아나야 하는데 (뱅크시가) 잎이 자라지 않은 것에 대해 얼마나 비참해 보이는지 생각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뱅크시가 벽화를 그리기 전 건물의 모습./ 인스타그램
18일(현지 시각) 런던 북부에 등장한 뱅크시 벽화와 이즐링턴 의회 표지판의 모습./ 로이터 뉴스1

뱅크시 작품 앞의 앙상한 나무는 약 40~50년 된 벚나무로, 곰팡이균에 감염됐다. 이에 시의회는 나무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가지치기하며 관리해왔다고 한다. 시의회는 이 벽화를 지우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건물을 소유한 회사도 주민들이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뱅크시는 세계 곳곳 외벽이나 공공시설에 인간과 사회상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남겨 유명해진 화가다.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리는 방식으로 진품을 알리고 있다. 그의 작품은 전시나 경매에서 거액에 판매되기도 했다.

작년 12월에는 뱅크시가 런던 거리의 ‘정지’(STOP) 표지판 위에 군용 드론을 그려 넣은 작품이 진품임이 확인된 직후 도난당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뱅크시의 작품은 나무와 겹쳐 보았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만큼 도난이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