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일본 ANN뉴스에 포착된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의 모습/ ANN

2020년 이후 행방이 묘연해진 북한의 축구스타 한광성(26)이 일본 매체에 포착됐다. 그는 ‘경기에 자신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황한 듯 짧게 답한 뒤 자리를 떴다.

북한 남자축구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차전을 치르기 위해 지난 19일 일본 도쿄를 찾았다. 북한 대표팀은 이날 오전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도쿄로 향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광성의 모습이 일본 ANN뉴스에 잡혔다.

ANN뉴스 기자는 중국 베이징 다싱 공항에 도착해 버스에서 짐을 내고 서 있는 한광성에게 다가갔다. 한광성은 정장에 분홍 넥타이를 매고 푸른색 일회용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다. 다른 북한 선수와 관계자들도 같은 차림이었다.

기자가 다가가자, 한광성은 “경기 끝난 다음에 합시다”라며 멋쩍은듯 웃었다. 그는 “경기에 자신있냐”는 질문에 땅을 바라보며 “네, 네”라고 답했다. 기자가 “준비 잘돼있습니까”라고 묻자 “네 잘돼있습니다”라고 답한 뒤 바로 자리를 떴다.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의 모습./ ANN뉴수

1998년생인 한광성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육 강국’ 구상에 따라 2013년 설립된 평양국제축구학교 출신이다. 정부 지원을 받아 스페인에서 유학했고, 2017년엔 이탈리아 1부 리그 칼리아리의 유소년 구단에 입단했다. 곧바로 프로에 승격해 정식 데뷔 1주일 만에 첫 골을 기록하며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능력 등 그의 플레이스타일이 호날두와 닮았다하여 ‘인민 호날두’라는 별명도 붙었다.

한광성은 2020년 1월 유벤투스에 정식 입단했고 한때 이적료가 460만달러(약 61억원)에 달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1군 무대에 데뷔하지는 못했다. 그는 유벤투스에 영입된 지 6개월도 되지 않아 카타르 알 두하일 구단으로 떠났다. 시즌 중반에 투입됐지만 10경기에 출전해 3골을 기록하며 리그 우승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2020년 8월 이후 자취를 감췄다.

외신은 ‘외화 불법 송금에 따른 대북 제재 위반’이 문제가 됐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보고서를 통해 “한광성이 2021년 1월 알두하일과의 계약 종료 후 카타르에서 추방됐다”고 했다. 한광성이 카타르 구단과 계약하며 ‘어떤 돈도 북한에 송금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서명했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한광성이 이탈리아 빅클럽에서 카타르로 보내진 배경에는 연봉을 많이 주는 중동에서 뛰라는 북한 당국의 의지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탈리아 언론은 “한광성이 카타르행 비행기에서 눈물을 보였다”며 “세리에 B에서 플레이하더라도 유럽에서 뛰기를 원했다”고 보도했다.

스포츠 매체 스포츠바이블은 “한광성은 코로나로 북한 국경이 폐쇄되자 이탈리아의 대사관에 수년 동안 갇혀 있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한광성은 코로나 사태가 완화된 작년 북한에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광성은 작년 11월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시리아와의 경기에 북한 대표로 출전하며 그라운드 위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한편 북한 선수단은 전날 오후 인공기를 흔들며 하네다공항에 도착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 미사일 발사 후 대북 제재의 하나로 북한 국적자 입국을 원칙상 금지했다. 다만 스포츠 교류는 특별 사례로 인정해 북한 축구대표팀 입국을 허용했다.

북한은 오는 21일 오후 7시 23분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일본을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예선 B조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이후 26일에는 평양 김일성 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겨 4차전이 열린다.

북중미 월드컵 2차예선 B조에서 일본은 2승(승점 6)으로 조 선두를, 북한은 1승1패(승점 3)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