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지난 18일(현지 시각) 별세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7) 연방대법관에 대한 추모 열기가 뜨겁다. 시민들이 조문할 수 있도록 그의 시신은 23~24일 워싱턴 DC의 연방대법원에, 25일 연방의사당에 안치된다. 대법관 장례로선 이례적이다.
눈에 띄는 건 긴즈버그가 생전 법복 위에 즐겨 착용했던 칼라(collar·목둘레 장식)가 추모의 상징물이 됐다는 점이다. 그를 추모하기 위해 딸과 함께 칼라를 다는 여성들이 있고, 소셜미디어에도 검정 바탕에 흰 레이스 칼라만 그린 그림이 넘쳐난다. 21일 뉴욕 월스트리트의 ‘돌진하는 황소상’ 앞 ‘두려움 없는 소녀상’에도 누군가 흰 레이스 칼라를 둘러놓았다.
긴즈버그는 1993년 대법관 취임 직후부터 검은 법복 위에 흰 리본·레이스 칼라를 착용하더니, 인조 보석이나 화려한 자수로 장식된 칼라를 선보였다. 망사 장갑에 큼직한 귀고리와 반지, 롱스커트도 곁들였다. 1990년대만 해도 미국 법조·정치·금융계의 전문직 여성들 사이에선 ‘너무 여성스러우면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그 상황에서 긴즈버그가 여성·소수자 인권을 대변하는 판결을 내놓을 때마다 함께 보여준 그의 패션도 화제를 낳았다.
긴즈버그는 2009년 한 인터뷰에서 “법복이란 본래 남자의 흰 셔츠 칼라와 넥타이 매듭이 보이게 고안된 옷”이라며 “(여성 대법관으로서) 법복에 여성성을 가미하고 싶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긴즈버그 대법관의 칼라는 여성스러움과 독립성·전문성이 상호 배치되지 않는 가치임을 역설하는 신호였다”고 했다. ‘남자들과 같아질 필요 없다, 여성임을 자랑스러워하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는 얘기다.
긴즈버그는 2014년 CBS 앵커 케이티 쿠릭과 인터뷰 도중 집무실 내 옷장을 열어 세계 각지에서 모은 수십 종의 칼라를 공개한 적이 있다. 팬들이 직접 만들어 보내준 것도 있었다. 당시 그는 대법원 다수 의견에 따를 때는 노란 뜨개천에 금구슬로 장식한 칼라를 쓰고, 소수·반대 의견을 낼 때는 인디언 모자 모양 칼라 등을 착용한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