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3일 미국 대선을 전후해 양극단 무장 세력과 시위 조직이 미 전역에서 폭력·소요 사태를 벌일 것이란 전망이 나와 미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연방수사국(FBI)과 각 주(州) 정부, 경찰 조직은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가 8일 자신에 대한 납치 살해를 계획한 무장단체가 FBI와 검찰에 기소되자 주도 랜싱에서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대선을 26일 앞둔 8일(현지 시각) 그 불길한 조짐이 중서부 경합 주인 미시간에서 먼저 터졌다. FBI와 미시간주 검찰은 이날 미시간 주 정부를 전복하고 민주당 소속인 그레천 휘트머(49) 주지사를 납치·살해할 계획을 모의한 혐의로 무장 민병대 소속 인사 13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FBI에 따르면 ‘울버린(미시간의 애칭) 감시단’이란 단체의 이 남성들은 대선 직전 휘트머 주지사를 별장에서 납치하고, 주도(州都)인 랜싱과 주 경찰 시설 등을 공격한다는 목표로 폭발물을 제조하고 군사 훈련을 실시했다. 여성 주지사인 휘트머는 코로나 사태 초기 강력한 방역·봉쇄 조치를 내리면서 미시간은 물론 전국 극우 단체의 표적이 돼왔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건 트럼프 대통령과도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는 폭력 봉기 시도를 계속하는 무장 단체를 본인의 핵심 지지 세력으로 보고 이들의 활동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29일 첫 대선 TV 토론에서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등 백인·남성 우월주의 무장 단체를 향해 “물러서서 대기하라(stand back and stand by)”고 말하면서 별다른 비판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우편 투표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며 이들에게 “투표소에 가서 감시하라”고 부추기고 있다.

지난 4월 자택 격리 등 고강도 코로나 방역 지침에 반발, 미시간 주도 랜싱의 주의회 의사당을 점거한 무장단체들. 이런 무장 단체 인사들은 그간 계속 그레천 휘트머 주지사 등 주 정부 공격을 시도해왔다.
극우 무장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의 멤버들이 지난달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 행사를 갖고 '극좌 단체들을 짓밟자'는 결의를 하고 있다. 남자만 가입할 수 있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로, 모토가 "다 죽여버리자"다. 트럼프가 1차 TV토론에서 "프라우드 보이스, 물러서서 대기하라"고 말해 이들은 대선 폭력 행사를 위한 '스탠바이'에 돌입했다.

극우 단체뿐 아니라 반(反)트럼프 극좌 단체도 대선 투·개표나 보수 성향인 에이미 코니 배럿 신임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준 강행을 둘러싼 불만으로 소요·폭동을 일으킬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와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대도시에선 지난 5월 이후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등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폭동과 약탈로 번져 치안 마비 사태를 일으켰다. 보수 진영에선 ‘안티파’ 같은 무정부주의 극좌 폭력 단체가 이런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뒤에서 조종한다고 보고 있다.

AP통신과 CNN 에 따르면 FBI는 이미 몇 달 전부터 각 주 정부, 대도시의 검경과 함께 대선을 전후한 각종 폭력 사태에 대한 대응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대선을 전후해 통상적 치안 유지 계획을 세우던 이전과는 양상과 규모가 다르다고 한다. 특히 당국은 대선일 극우 무장 단체들이 각 투표소 주변에서 위력을 과시하며 유색 인종 등 소수자 유권자를 협박하는 경우, 또 대선일 이후 우편 투표 개표에 따른 혼란과 분쟁을 빌미로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지난 9월 인종차별 반대 등 격화된 주말 시위 진압에 투입된 뉴욕경찰(NYPD).

FBI는 각 지역의 폭력 사태에 대한 대응을 조율할 중앙 지휘 센터를 만들었다. 각 지역 경찰들은 11월 3일 대선일을 전후해 일선 경찰들의 연차 휴가 사용을 금지하는 등 총동원 체제를 갖추고 있다. 미 최대 경찰 조직인 뉴욕 경찰의 경우 최근 소속 경찰 3만5000명이 시위 대응 특별 훈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계와 금융권 또한 폭력 사태로 인한 대도시 주요 시설물과 기업 피해, 증시 폭락 등 각종 시나리오를 놓고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키스 테일러 존 제이 칼리지 범죄학 교수는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이기든, 트럼프가 지든, 어떤 식으로든 폭력 사태는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