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된 하비어 베세라(오른쪽)가 연방 하원의원 시절이던 2016년 민주당 당원 모임에 참석한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베세라 트위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라틴계인 하비어 베세라(62) 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내정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통상 복지 장관은 크게 주목받는 자리는 아니다. 그러나 베세라는 코로나 대응을 지휘해야 하고, 향후 첨예한 여야 갈등이 벌어질 건강보험 문제를 다뤄야 하는 데다 차기 대선 주자급 존재감을 가진 인물이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정치인인 베세라는 워싱턴 정계에서도 유명하다. 그는 24년간 연방 하원의원을 지내며 민주당 내 히스패닉 의원 모임 좌장으로 통했으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바통을 이어받아 2016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이 됐다. 이후 4년간 트럼프 정권의 이민·환경 정책 등에 대해 소송 최소 45건을 직접 제기했다.

특히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이 오바마 정권 최대 유산인 오바마케어(전 국민 의료보험 가입제)를 무력화하려던 시도에 전국 20주(州)를 연합해 맞불 소송을 주도했다. 바이든은 당초 베세라를 법무장관으로 고려했다고 한다.

하비어 베세라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이 지난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뒤를 이어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이 된 뒤 4년간 트럼프 정권의 이민·환경·복지 정책 등을 두고 소송 최소 45건을 직접 제기하며 트럼프를 괴롭혔다.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베세라는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 의회 국정연설에 대한 야당의 반론 연설 대표로 나서 “국경 장벽 건설은 부도덕하고 불법적이며 멍청한 짓”이라며 “라틴계 유권자는 내년 대선에서 투표하라”는 연설을 스페인어로 하기도 했다. 높아진 히스패닉계의 정치적 위상을 확인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번 대선에서 히스패닉 표심을 온전히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는 말을 듣는 바이든은 국토안보부 장관(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에 이어 복지부 장관에도 히스패닉을 택했다.

베세라는 항상 자신을 ‘노동자 계층 이민자의 아들’로 소개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수호하고자 싸운다고 말한다. 그의 부모는 멕시코에서 캘리포니아로 이민,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막노동하며 네 자녀를 어렵게 키웠다고 한다. LA타임스는 베세라는 “내 아버지는 자신이 딴 토마토를 납품한 식당에도 ‘개와 멕시코인은 출입 금지’란 안내판이 붙어 들어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어린 시절 온 가족이 단칸방에서 생활했고, 친구가 버린 스탠퍼드대 입학 지원서를 주워 작성해 집안에서 처음 대학에 갔다고 밝혔다. 변호사가 된 뒤엔 정신병력이 있는 이들을 주로 변호했다고 한다. 베세라가 보건복지부 장관에 인준되면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서민과 유색인종을 위한 진보 정책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