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해 있는 역대 미 국방장관 전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시도에 군부(軍部)가 관여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공동으로 표명했다.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 출범이 보름 안팎으로 다가온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의지가 꺾이지 않자, 군 연루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크 에스퍼·도널드 럼즈펠드 등 10명의 전직 국방장관은 3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군부와 선거 분쟁을 연루시키는 것은 위험한 영역으로 선을 넘는 것’이라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을 냈다. 기고문엔 조지 H W 부시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이자 ‘아들 부시’인 조지 W 부시 행정부 부통령인 딕 체니, 제럴드 포드·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2번 국방장관으로 일한 도널드 럼즈펠드부터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 마지막 국방장관 마크 에스퍼 등이 모두 참여했다. 이번 기고문은 체니 전 부통령이 처음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미국의 선거와 평화적 권력 이양은 우리 민주주의의 주요한 특질”이라며 “1789년부터 미국은 이양의 기록을 깬 적이 없다. 올해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는 이미 행해졌다. 재검표와 심사도 진행됐다. 주지사들이 결과를 인증했고 선거인단이 투표까지 했다”며 “결과에 의문을 제기할 시간은 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장관 대행에게 “선거 결과를 결정짓는 데 미군의 역할은 없다”며 “미군을 선거 분쟁에 연루시키려는 노력은 위험하고 탈법적이며, 비헌법적 영역으로 끌려들어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조치를 지시하거나 수행하는 공무원·군인은 형사 처벌을 포함해 중대한 행위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라고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앞서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밀러 대행은 지난달 연말 휴가 시즌 등을 이유로 바이든 행정부 인수위원회 측과의 협력 중단을 지시해 인수위 측의 반발을 초래한 바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한 윌리엄 코언 전 국방장관은 이날 CNN에 출연해 “국방부에서 일한 사람으로서 국방부에 근무하는 모두가 특정 개인이 아니라 나라와 헌법에 봉사하겠다고 선서했다는 점을 일깨워줘야할 책무를 느꼈다”고 기고 취지를 밝혔다. CNN 등은 “역대 국방장관들이 정파를 초월해 모두 참여한 이례적 기고문”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