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를 촉발한 결정적 계기는 트럼프의 말이었다. 그는 이날 낮 12시 15분쯤 워싱턴 백악관 남쪽 공원에 모여든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했다. 그는 “우리는 절대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선 불복 의사를 거듭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의회를 향해 갈 것”이라며 “약해서는 우리나라를 절대 되찾지 못한다. 힘을 보여줘야 하고 강해야 한다”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최종 확정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는 의사당으로 가라고 지지자들을 사실상 선동한 것이다. 실제 이후 수천 명의 시위대가 의사당을 향해 가두 행진을 시작했다.
이후 트럼프는 시위대 일부가 의회를 점거하는 장면을 백악관에서 TV로 지켜봤다. 하지만 아무 조치도 하지 않으려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AP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의 온 신경이 (합동회의를 주재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대한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했다. 참모들의 설득 끝에야 트럼프는 오후 3시 13분쯤 “미 의회에 있는 모두에게 평화 유지를 부탁한다. 폭력은 안 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하지만 점거를 풀라는 말은 없었다. 그는 또 다른 트위터에서 시위대를 “오랫동안 몹시 부당하게 대우받아온 위대한 애국자들”이라고 부르며 “사랑과 평화를 가지고 귀가하라. 이날을 영원히 기억하라”고 했다.
바이든은 이날 오후 4시쯤 방송 카메라 앞에 서서 “이는 시위가 아니라 반란”이라며 의사당 점거를 풀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은 “최선의 경우 대통령의 말은 영감을 줄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선동(incite)할 수 있다”며 트럼프의 선동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바이든의 연설 직후인 오후 4시 17분쯤 트럼프는 트위터에 1분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우리는 선거를 도둑맞았다”며 “그렇지만 이제 집에 가야 한다”고 했다. 의회 점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마지못해 시위대 해산을 촉구한 것이다. 일부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으로 대통령 선거 결과 인증 절차를 진행하던 상·하원 의원들이 의사당 바깥으로 긴급히 대피하고 90여 분이 지나서 올린 트위터였다.
트럼프는 의회가 바이든 당선을 공식 확정한 뒤 낸 성명에서도 “나는 선거 결과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바이든 취임식이 열리는) 1월 20일에 질서 있는 이양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