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의사당을 난입한 폭도들을 비난하기를 거부하며 펜스의 ‘배신’에 흥분했지만, 이날 몇몇 행정부 고위관리들은 수정헌법 25조에 따른 ‘대통령 축출’을 비공식적으로 논의했다. 또 7일 교통부 장관과 국토안보부 장관 등 2명이 사직서를 냈다.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다른 백악관 참모들은 지금 사직할지, 평화적 정권 이양을 마무리하고 나갈지 고통스럽게 고민하며 보낸 하루였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행정부 일부 고위관리들 ‘수정헌법 25조’ 논의

많은 백악관·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트럼프가 6일 폭도들을 비난하길 거부하고 펜스를 비난하는 모습에서 충격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일부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트럼프가 또다시 폭력과 사망을 부를 수 있는 행동을 취할까 봐,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서 행정부가 대통령을 축출하는 방안도 비공식적이지만 서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부통령과 내각의 과반수, 또는 부통령과 의회가 구성한 기구(위원회)가 “대통령이 권한과 의무를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직에서 축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예 현직인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인 채드 울프는 6일 의회 난입 사태 이후에 성명을 내고 “대통령과 모든 선출직 공무원들이 6일 발생한 폭력 사태를 강력히 규탄할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은 트럼프의 행동은 “대통령 직과 지지자들에 대한 배신”이며 “폭도들을 조종해 의회에 압력을 가하도록 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6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미 의사당을 점거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장관 2명 잇달아 사임...국가안보보좌관도 고민

트럼프의 6일 행동은 왜 끝까지 머물러 있어야 하는지 고민하던 장관들에게 ‘나갈’ 구실을 제공했다. 벳시 디보스 교육부 장관은 7일 사직서를 내고 트럼프에게 “당신의 발언이 상황에 미친 영향은 분명하며, 내겐 변곡점이었다”고 비난했다. 이날 일레인 차오 교통부 장관도 앞서 사임했다. CNN에 따르면,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과 매튜 포틴저 부(副)보좌관, 크리스 리들 백악관 비서실 부(副)실장도 백악관의 핵심 인사 3명도 사직을 고려하고 있다.

6일 플로리다에 있던 오브라이언 안보보좌관은 펜스와 의회 지도자들이 폭도들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펜스를 비난하는 것을 보면서 흥분했다. 그래서 “방금 펜스 부통령과 얘기했다. 그는 정말 점잖고 좋은 사람이다. 그는 오늘 용기 있게 행동했다. 함께 일한 것이 자랑스럽다”는 트윗을 보냈다.

트럼프 밑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고 현재 북아일랜드 특사를 맡은 믹 멀베이니도 7일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에게 “이 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사직했다. 그는 CNBC에 “사직하지 않은 사람들도 트럼프가 더 나쁜 사람을 앉힐까 봐 못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멀베이니는 “우리가 원했던 것은 폭도들의 의사당 난입이 아니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었고, 감세(減稅)와 규제 완화였다. 대통령은 이런 면에서 성공한 것도 많았는데, 어젯밤 이 모든 게 날라갔다”고 말했다. 한때 트럼프의 충신들이었던 그들은 이제 “트럼프가 자신의 유업과 대통령 직에 복구 불능한 피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이날 사태를 겪고 본 트럼프의 비서실장이었던 존 켈리는 이날 워싱턴포스트에 이렇게 말했다. 해군 중장 출신인 그는 비서실장을 사임한 뒤에도, 트럼프에 대해선 매우 말을 아꼈던 사람이다. “우리는 이 땅에서 선출 직을 원하는 사람에 대해 무한히 들여다 봐야 한다. 그 사람의 인성, 도덕성, 윤리적 기록, 성실성, 정직성, 단점, 여성과 소수계에 대한 과거 발언, 그 직을 원하는 이유 등등. 그리고 나서야 그가 말하는 정책을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