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공석인 주한 미국 대사에 유리 김(49) 주알바니아 미국 대사가 발탁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만 3세 때 괌으로 이민 간 김 대사가 기용될 경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성 김 전 대사에 이어 역대 두 번째 한국계 주한 미국 대사가 된다. 여성으로는 처음이다.
워싱턴의 한·미 관계 소식통은 최근 본지에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지명자가 상원 인준을 받은 뒤 한·중·일 대사 후보를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며 “주한 대사 후보 중에서는 유리 김 대사가 앞서 있다”고 말했다.
당초 바이든 행정부는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에게 대사직을 제안했지만 브룩스 전 사령관이 개인 사정으로 고사(固辭)했고, 이후 김 대사가 다시 부상했다는 것이다. 김 대사는 2000년대 서울의 주한 미대사관에서 근무했으며 북핵 6자회담에도 여러 차례 참가, 한반도 동향에 밝은 편이다. 2020년 한국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대사로 기용됐다.
김 대사는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직후부터 주한 미국 대사 후보로 꼽혀 왔다. 유색인종과 여성을 중용하는 바이든 행정부 기조와 맞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이다. 김 대사는 블링컨 장관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낼 때 비서실장으로 그를 보좌했다.
다만 김 대사가 작년 1월 알바니아에 부임한 지 1년 반밖에 안 된 것이 걸림돌로 여겨진다. 미국 외교관들은 대사로 부임하면 통상 3년 정도 그 나라에 근무한다. 2014년 마크 리퍼트 전 대사 지명 때부터 주한 대사가 특임 정무관(political appointee) 자리로 바뀐 것도 직업 외교관인 김 대사에게 불리하다. 경쟁자로 거론되는 데릭 미첼 전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 등은 특임 공관장 지명에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김 대사가 계속 거론되는 것은 과거 북핵 6자회담 미국 대표단과 주한 미국 대사관 정무과 등에서 일해 한반도 문제를 잘 알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와 가까운 소식통은 “한국은 정세를 너무 모르는 사람을 대사로 보내기는 부담스러운 곳이어서 관련 경력자를 찾았다고 들었다”며 “그런 면에서 김 대사는 바이든 대통령 임기 중 언제든 한번은 주한 대사를 지낼 사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