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美) 대통령 16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갖고 “20년 전 아프간에서 시작된 미국의 임무는 국가 건설(nation-building)이 아니었다”며 아프간 철군 결정에 대해선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15일 아프간 정부가 항복 선언을 하고 탈레반이 아프간을 차지한 이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 대통령으로서 내가 해야 했던 선택은 이전 합의(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대로 우리 군대를 철수시키겠다는 합의를 이행하느냐, 아니면 분쟁을 확대시키고 수천명의 미군을 다시 전투에 투입해 30년차 분쟁으로 돌입하느냐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미군 철군이라는) 내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의 정치 지도자들은 (항전을) 포기하고 국외로 도망쳤고, 아프간 정부군은 붕괴됐다”며 “싸우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1조 달러를 넘게 쏟아부어 아프간 군대를 훈련시키고 장비를 공급했다”며 “(그럼에도) 아프간 군이 자신들을 위해 싸우지 않으려고 하는 전투에 미군은 대신 싸워서도, 그리고 희생돼서도 안된다”고 했다.

이어 “아프간 군이 포기하는데 미군에 진격 명령 내리는 것은 잘못”이라며 “얼마나 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남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가”라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됐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철군 과정이) 지저분(messy)하고 완벽에서 거리가 멀다(far from perfect)다는 것을 안다. 내 결정이 비난 받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면서도 “결정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국익 없는 곳에서 싸우는 과거 실수를 반복 하지 않겠다”라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이 끝난 뒤 별도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