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비만은 각종 질병을 초래하는 건강의 적신호다. 고로 다이어트를 통해 군살을 빼고 날렵한 몸매와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동서고금 불변의 진리 같은 이 문장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다. 오히려 더 많이 먹고 어서 빨리 뚱뚱해지라고 상까지 주며 독려하는 곳이 있다. 미국 알래스카주 카트마이 국립공원이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올해의 뚱보 곰’을 선발해 발표했던 이곳이 코로나 상황에서도 연례 행사를 이어갔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뚱보 곰 선발대회(Fat Bear Week)는 이 지역의 진짜 주민인 곰들이 선수로 뛰고, 심사는 인간이 맡는다. 카트마이 국립공원 일대에는 인간보다 더 많은 2200여마리의 곰이 산다. 카트마이 국립공원이 9월 29일부터 10월 5일까지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 ‘올해의 뚱보 곰’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의 챔피언은 식별부호 ‘480 오티스’에게 돌아갔다. 이 곰은 지난 7~9월 사이 살이 뒤룩뒤룩 찌는 장면, 계곡에서 연어를 낚아올리는 먹방 장면 등으로 구성된 사전 심사 자료에 따라 진행된 온라인 투표에서 5만1230표를 얻어 4만4383표를 얻은 차점자 ‘151 워커’에게 낙승을 거뒀다. 7월과 9월 사이 일어난 극적인 몸의 변화는 이 기간에 폭식과 먹방이 얼마나 줄기차게 일어났는지 짐작케 한다. 뚱보 곰 선발대회는 열두 마리의 본선 진출곰끼리 대진표를 짠 뒤 네 마리에게는 1라운드 부전승 기회를 준 다음 패자부활전 없는 토너먼트로 진행됐다.
올 봄 곰들이 겨울잠을 끝내고 막 나와서 앙상하고 초췌한 모습으로 돌아다닐 때 이미 12마리의 본선진출자가 정해졌다고 한다. 이들이 챔피언 심사를 위해 연어를 미친듯이 잡아먹어 살을 찌우는 과정은 사실은 돌아오는 겨울철을 앞두고 겨울잠을 대비해 몸 상태를 만들어놓는 과정이다. 인간들에게는 ‘몸만들기’가 군살을 빼고, 근육을 길러서 심리적 만족감과 매력을 드높이는 과정이지만, 곰의 몸만들기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몇 달씩 지내야 하는 겨울잠철을 대비해 최대한의 정크푸드들로 살을 최대한 찌우는 과정이다.
그 음식으로 연어만한게 없다. 이미 겨울준비에 들어간 알래스카에서는 고향 개울로 알을 낳으러 귀향하는 붉은연어들을 노린 곰들의 사냥이 한창이다. 특히 연어들이 몰려오는 길목에는 수십마리의 곰이 진을 치고 구역다툼을 하기도 한다. 곰들이 허겁지겁 연어를 산채로 먹어치우면서 연어의 뱃속에 가득 찬 알들이 붉은 앵두처럼 후두둑 떨어지기도 한다. 또 기름기가 가득한 껍질만 벗겨진채 붉은 살덩이만 남은 채로 내버려졌다 기다리고 있던 다른 새들이 달려들어 먹어치우기도 한다. 알래스카는 러시아 캄차카반도와 더불어 덩치가 크고 사나운 불곰(일명 회색곰)의 주요 서식지이다. 러시아와 미국·캐나다 등에서 간혹 식인(食人)사건을 일으키는 것도 주로 이들 종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