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조만간 독자적으로 러시아의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 2명을 인용해 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제재 ‘최후의 카드’인 러시아산 석유 금수(禁輸) 조치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어, 우선 미 정부 단독으로 제재 조치를 먼저 취한 뒤 동맹국들도 설득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 정부의 단독 제재 시기 및 범위 등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 변동 사항이 있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앞서 세계 2위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의 원유 공급이 막힐 수 있다는 전망에 국제 유가는 이날 배럴당 140달러에 근접할 정도로 폭등했다. 이날 영국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139.13달러까지 치솟았다. 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130.5달러까지 올라갔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글로벌 금융 위기가 고조되던 2008년 7월 이후 약 14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급등하는 유가를 안정 시키면서도 러시아를 추가 압박하기 위해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원유 수출 금지 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CNN 등이 이날 전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하루 약 54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이는 2018년 베네수엘라가 미국 정유사에 수출한 물량보다 약간 적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원유 금수 조처를 완화할 경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수입 금지로 인한 부족 분을 메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미 백악관과 국무부 관계자들이 최근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원유 수출 제재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만 로이터는 “이런 방법으로는 러시아 원유 금수로 인한 부족분을 메우기엔 부족한 상황”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원유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사우디를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블룸버그는 에너지 부문 전략가인 존 드리스콜을 인용해 “한국과 일본 같은 다른 미국의 동맹이 비록 취약성이 커지긴 하겠지만 미국의 수출 금지를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한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러시아의 에너지는) 우리 시민의 일상적인 삶과 공공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으로 중요하다”며 대러 에너지 제재에 난색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러 원유 금수 조치 논의를 위해 프랑스와 독일, 영국 정상과 화상 통화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