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페이스북과 함께 글로벌 소셜미디어(SNS)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트위터 인수에 성공했다.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를 들어 소셜미디어상 일체의 검열·규제를 비판해온 인물로 소셜미디어가 위력을 발휘하는 글로벌 여론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전망이다. 트위터의 전 세계 하루 사용자는 2억1700만명으로,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에는 못 미친다. 그러나 특유의 메시지 집중력 때문에 각국 정치인과 유명인들이 애용, 여론 주도력에선 압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머스크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트위터를 비상장 회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트위터는 25일(현지 시각) “이사회가 주당 54.20달러에 지분 전량을 머스크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지난 14일 트위터 인수를 선언하고 자금 조달에 나선 지 11일 만이다. 총 매각 대금은 440억달러(약 55조1100억원)에 달한다. 머스크는 이날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기반이며, 트위터는 인류의 미래에 필수적인 문제들이 논의되는 디지털 광장”이라며 “트위터를 그 어느 때보다 낫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난 트위터의 경제성에는 관심이 없으며, 원하는 것은 오직 표현의 자유”라고 말해왔다.
머스크가 현금 지급하기로 한 ‘1주당 54.20달러’는 그의 트위터 인수 작전이 개시되기 전인 지난 1일 종가보다 38%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브렛 테일러 트위터 이사회 의장은 이날 “머스크가 보는 트위터의 가치와 인수 제안의 확실성, 자금 조달에 초점을 맞춰 그의 제안을 평가했다”며 “이번 거래는 트위터 주주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했다. 인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연내 완료될 전망이다.
업계와 언론은 이번 인수를 IT(정보 통신)·미디어 분야의 ‘블록버스터급 거래’라고 표현하고 있다. “세계 최고 부자와 가장 영향력 있는 소셜미디어의 결합”(뉴욕타임스), “테크 억만장자가 소셜미디어의 제왕으로 올라섰다”(AFP통신) 등의 평이 나오고 있다. 상장 기업을 비상장사로 전환하는 거래로서도 최근 20년 새 최대 규모다.
머스크는 그 자신이 팔로어 8300만명을 두고 기업 운영 방식을 대중에게 직접 묻거나 사회 문제에 거침없는 의견을 표해온 ‘파워 트위터리안’이다. 트윗 한 줄로 암호 화폐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테슬라 주가를 흔들기도 했다. 그는 수년간 트위터의 검열과 규제에 불만을 표하는 한편, 자신의 전용기 경로를 추적하는 계정을 폐쇄시키려 한 적도 있다. 그는 지난 25일 “나에 대한 최악의 비판자들도 트위터에 남기를 바란다. 그게 표현의 자유”라는 트윗을 올렸다.
트위터는 운영 방식에도 큰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머스크의 최대 목표는 특정인 계정 폐쇄 같은 조치를 없애고 콘텐츠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알파벳 기준 280자 글자 수 제한도 풀겠다고 했으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오픈소스 기반 알고리즘(사용자가 올리는 트윗이 다른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경로를 공개하는 것)’을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트위터 직원 감축과 이사회의 무보수화, 샌프란시스코 본사 폐쇄도 예고했다.
이런 트위터의 변화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 정치권에도 큰 변수를 던지고 있다. 트위터는 그동안 가짜 뉴스와 음모론, 혐오 표현 등을 삭제하고 관련 계정을 차단해왔지만 머스크의 인수로 큰 정책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1·6 의사당 난입 사태 책임론으로 트위터 계정이 정지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이 복원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 정계에도 파장이 일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퇴출된 후 ‘검열 없는 자체 소셜미디어’를 표방한 트위터 복제판 ‘트루스 소셜’을 최근 선보였다. 그러나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작전이 시작되자 트루스 소셜 관련 기업 주가는 폭락했다. 트럼프는 일단 “머스크를 아주 좋아하지만 트위터에 복귀하진 않겠다”고 했으나, 대통령 재임 중 자신의 전 세계 메가폰 역할을 했던 트위터를 거부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미 보수 진영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를 환영하는 반면, 진보 진영은 혐오 표현과 가짜 뉴스가 판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츠는 이날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 권리가 아니다”라고 했으며, 국제엠네스티는 “여성과 성 소수자를 향한 폭력과 욕설을 트위터가 외면할까 봐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