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 들어갔다가 변하지 않고서 나올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슬픔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눈으로 볼 필요조차 없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11일(현지 시각) CNN에 게재한 기고문 첫 문장이다. 최근 동유럽을 거쳐 우크라이나 국경 마을을 극비 방문했던 바이든 여사는 기고문에서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푸틴씨(Mr. Putin), 제발 이 무의미하고 잔혹한 전쟁을 끝내 달라(please end this senseless and brutal war)”고 했다.
바이든 여사는 “슬픔은 연무처럼 내려와 얼굴을 뒤덮고, 어머니들의 눈에서 눈물은 마를 날이 없다”며 “우크라이나 어머니들은 용감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굽은 어깨는 숨길 수 없는 감정이 드러났고 긴장감은 온몸에 감돌았다”고 했다. 이어 “무언가가 사라졌다. (그것은) 여성의 일반적 언어인 웃음이었다”고 했다.
그는 “루마니아와 슬로바키아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피란민 어머니들은 그들이 겪은 참상을 토로했다. 많은 사람이 음식도 햇빛도 없이 지하 피신처에서 수일을 보내야 했다”고 했다. 한 우크라이나의 젊은 어머니는 가족과 함께 음식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러시아 군인들이 총을 쐈다고 바이든 여사는 전했다. 또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많은 피란민이 신발도 없이 수백㎞를 걸어서 국경을 넘었고, 공포에 질린 그들은 무방비 상태로 어떤 대비도 없이 고향을 떠났다고 했다.
바이든 여사는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 마을 우즈호로드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와 만난 일도 전했다. 바이든 여사는 “젤렌스카 여사는 나에게 우크라이나 국민을 도와달라고 했다”며 “그는 나에게 음식이나 의류, 무기를 요청하지 않았다. 다만 푸틴의 무의미하고 잔인한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당시 바이든 여사는 젤렌스카 여사의 안내로 피란민들의 임시 주거지로 쓰는 학교를 찾아 어린이들을 만났다. 이후 바이든 여사는 젤렌스카 여사에게 “우크라이나 어머니들에게 우리가 그들과 함께 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왔다. 저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갖고 왔다”고 했다고 한다. 이에 젤렌스카 여사는 “감사하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미국민의 지지에 매우 감사한다”고 답했다.
바이든 여사는 작가 칼릴 지브란이 쓴 “슬픔이 깊을수록 더 많은 기쁨도 얻게 된다”는 문구를 인용해 “내가 만난 어머니들이 그렇기를 희망하지만, 이는 이 전쟁이 끝나야만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