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5일(현지시각) 연준이 0.75%p의 대폭 금리 인상을 발표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미 언론들은 이번 금리 인상을 1994년 이래 첫 '자이언트 스텝' 인상이라며 '역사적 금리 인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현지시각) 연방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연준이 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린 것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 시절인 지난 1994년 11월 이후 28년만에 처음이다.

연준은 지난 14일부터 소집한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끝에 이 같은 금리 인상 방침을 발표했다. 이로써 미 기준금리는 기존 0.75~1.00%에서 1.50~1.75%로 높아졌다.

또 이날 공개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미래 금리 전망표)에 따르면 연속된 금리 인상 결과 올해 말 미 기준금리는 3.4%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3월 추정치보다도 1.5%p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준이 기존에 설정한 2.5%의 중립금리(인플레도 경제 침체도 유발하지 않는 최적의 금리)를 크게 뛰어넘는 것이다.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 전경. 연준은 지난 3월 제로금리를 깬 뒤 5월 0.5%p의 빅스텝 금리인상을 단행했으나, 물가 폭등을 잡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연준은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제로(0) 금리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미 물가 상승세가 본격화되자 2021년 연말부터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 단계를 거쳐 올 3월엔 0.25%p의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해 제로금리 시대의 막을 내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미국 물가가 더욱 치솟자 5월 FOMC에선 0.5%p의 ‘빅 스텝’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연준은 지난 달까지만 해도 6월부터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힐 때까지 0.5%p 수준의 금리 인상을 두세 차례 더 지속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5월 FOMC 회의 직후 회견에서 ‘자이언트 스텝’엔 선을 그었었다.

그러나 최근 5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6%로 초인플레이션 시대였던 1981년 이후 최고치를 또 경신하고,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도 6.6%로 치솟아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으면서 더 강도높은 통화 긴축이 필요하다는 위기감이 퍼지면서 이 같은 ‘극약 처방’을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15일 미 뉴욕시의 한 소매점에서 인부가 물건을 나르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대비 8.6% 폭등한 것으로 나타나 1981년 이래 41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다. 앞서 미 연준은 3월에 0.25%p로 제로 금리를 깨고 5월에 0.5%p의 빅스텝 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나 물가를 빨리 잡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 EPA 연합뉴스

한편 연준은 이번 FOMC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상승률 예상치도 석달 전 4.3%에서 5.2%로 상향 조정했다. 이번 대폭 금리 인상의 근거는 바로 물가 폭등으로, 앞선 금리 인상이 시중 물가를 잡는 데 크게 부족했다는 이야기다.

연준은 또 올해 미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연율)은 기존 2.8%에서 1.7%로 대폭 하향했다. 성장률이 2%를 밑도는 사실상 경제 둔화가 불가피 하다는 진단으로, 물가 고공행진이 동반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인플레와 경제 둔화가 동시에 오는 현상) 우려를 연준이 공식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