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첫 해인 2017년 미 독립기념일을 맞아 워싱턴DC에서 대규모 군사 사열을 하겠다며 “부상당한 사람들은 보기 싫다.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상이 참전 용사들을 행사에서 제외하라고 군 수뇌부에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시사 주간지 뉴요커는 8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기자 피터 베이커와 뉴요커 소속 기자 수전 글래서가 9월 출간할 예정인 ‘더 디바이더(The divider·분열자)’라는 제목의 책 내용을 소개하면서 트럼프의 이런 언급을 보도했다.
앞서 2017년 7월 트럼프는 프랑스 파리를 찾아 양국군이 참여한 대규모 열병식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관람했다.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을 맞아 진행된 군사 퍼레이드에서 미군은 전투기 8대와 지상군 145명 등 200여명을 퍼레이드에 파견했었다. 뉴요커는 “당시 행사는 트럼프의 쇼맨십과 웅장함을 어필하기 위해 계산된 것처럼 보였고, 트럼프는 눈에 띄게 기뻐했다”며 “아니나 다를까 그는 미국에 돌아오자마자 (내년 7월 4일) 미국 독립 기념일에 미 역사상 가장 크고 가장 큰 군사 퍼레이드를 하겠다고 나섰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는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 당시 군사 행렬 때 전투 중에 사지를 잃어 휠체어를 타고 있었던 참전 용사들을 언급하면서 “나는 다친 사람들이 퍼레이드에 참가 안했으면 한다. 나에게 좋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고 뉴요커는 전했다. 이에 존 켈리 비서실장은 당황해 “그들은 영웅”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그들보다 더 영웅적인 사람들은 단 한 그룹 밖에 없다. 바로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힌 전사자들”이라고 답했다. 그의 아들 로버트 켈리는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하다가 전사했다.
트럼프와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도 트럼프의 제안에 대해 " 퍼레이드가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들고, 수도의 거리를 마비시킬 것”이라며 반대했다고 한다. 그는 “차라리 산을 삼키고 말지...”라고도 말했다고 뉴요커는 전했다. 폴 셀바 미 합참차장도 “(대규모 군사 사열은) 독재자들이 하는 일”이라며 트럼프에게 직접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뉴요커에 보낸 입장문에서 “(매티스, 셀바 등은) 매우 능력 없는 사람들이었으며, 이를 깨닫고 난 뒤 나는 그들에게 의존하지 않았다”며 “나는 진짜 장군과 제독들에 의존했다”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어떤 날엔 켈리 비서실장에게 “왜 이렇게 망할 장군들이 독일 장군들처럼 말을 잘 듣지 않는거냐”고 불평하기도 했다고 뉴요커는 전했다.
“독일의 어떤 장군들을 말씀하십니까?” (켈리)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 장군들 말이야” (트럼프)
“독일 장군들이 히틀러를 세 번이나 죽이려고 시도했고, 거의 성공했던 것을 아시나요?” (켈리)
“아니야, 그들은 히틀러에게 매우 충성했어” (트럼프)
뉴요커는 “트럼프가 (그런 역사를) 알리가 없었다”며 “그의 역사서에서는 독일 제국 장군들은 히틀러에게 완전히 복종하고 있었다”고 했다.
악시오스는 “‘더 디바이더’는 백악관 관계자, 선거 참모, 각료, 상원의원, 하원의원, 장군, 외교관, 의사, 가족 등 300여명과 트럼프 전 대통령 별장인 마러라고에서 트럼프와 두 번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작성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