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계 최대 이익단체인 미국 상공회의소가 한국산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을 앞두고 백악관에 “과도한 보호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월 16일(현지시각)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하고 있다. / AP 연합뉴스

300만여 미국 기업들의 이익단체인 상공회의소의 찰스 프리먼 아시아 총괄 선임부회장은 지난 13일 코트라(KOTRA) 주최 행사에서 워싱턴 특파원단과 만나 “(IRA와 관련한) 한국의 실망과 분노를 이해한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일부 조항 적용을 면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두 대통령(바이든·윤석열 대통령) 간 따뜻한 관계를 고려하면 이는 다소 맞지 않아 보인다”며 “양국 정부가 이 문제를 적극 논의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에 대해선 2년 정도 적용 유예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프리먼 부회장은 “미국은 ‘한국과의 경제 통합 심화’와 ‘미국의 제조업 및 공급망 강화’라는 두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며 “전기차 세액공제 조항은 두 목표가 서로 충돌하는 사례라는 우려를 미 정부에 전달했다”고 했다. 대중(對中) 전선에 맞서 한·미가 경제적으로 더 밀착하는 상황에서 IRA는 이런 움직임과 상충한다는 취지다.

그는 “수입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 제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꽤 명확하다”고도 했다. 이어 재무부가 IRA 세부 시행 규정을 마련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시행 규정은 세액공제 조항이 기존 무역협정이나 WTO 의무에 어긋나지 않도록 명확하게 하는 의미가 있다”며 “법안 개정 없이도 행정부가 이 문제를 다룰 여러 방법이 있다”고 했다. 한국 정부도 FTA 및 WTO 위배를 논거로 제시하며 IRA 개정을 비롯해 시행령을 통한 보완 등의 해법을 모색 중이다.

프리먼 부회장은 심화하는 미·중 경쟁에 대해선 “미국 정부가 안보 목적으로 미·중 간 거래해선 안 될 일부 품목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에는 의문이 없다. 반도체 문제가 이런 판단의 큰 부분”이라면서도 “불필요하게 무역을 방해할 수 있는 과도한 행동을 우려한다. (무역 통제 범위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서는 안 되며, (중국을 겨냥한) 수출 통제 확대 및 대중국 투자 제한 등은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정부가 합의점을 찾기 바란다. 두 정부가 한자리에 앉아 양국 경제관계의 방향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할 필요가 크다”고 덧붙였다.

프리먼 부회장은 미국산 구매 정책(바이 아메리칸) 등 미국 우선주의에 대해선 “미국 내 생산과 조달을 장려하려는 논리를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국내 생산 비중 규정은 늘 보호주의를 위한 핑계가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미 상공회의소 등은 “이러한 국내 위주 정책이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한국에 대해선 “제조업뿐 아니라 혁신 역량이 뛰어나다. (한국은) 미국의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동맹국이나 우방국과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 노력에 매우 중요하다”며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한국보다 더 중요한 국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IPEF는 미국이 자국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결성하려는 협의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견제하는 데 목적을 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리먼 선임부회장은 오는 19~20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34차 한·미 재계회의 참석을 위해 주요 미국 기업 관계자와 함께 17일 방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