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미국의 식지 않는 물가·고용 지표를 들어 “연준은 금리 인상 폭을 다시 높일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금리 인상 중단 기대를 무참히 짓밟은 것은 물론, 오는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포인트의 ‘빅스텝’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투자 심리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파월 의장은 7일(현지시각) 연방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반기 통화정책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최근의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더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몇 달 간 인플레 상승률은 완화하고 있지만, 인플레를 (연준 정책 목표인)2%까지 낮추는 과정은 멀고도 험난한 길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연준이 지난 2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 스텝’으로 긴축 속도를 늦췄지만, 이 속도를 유지하거나 늦추기는커녕 거꾸로 다시 긴축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카고 페드워치는 이날 파월 의장 발언 직후 이달 연준이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전날 30%에서 70%로 높여 반영했다.
이날 또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당분간 제한적인 통화 정책 기조가 필요하다. 역사적 사례는 정책을 성급하게 완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최종적인 금리가 통화정책 입안자들이 이전에 전망했던 것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 1년간 고강도 긴축 결과 4.50~4.75% 수준으로, 연준은 지난해 12월 FOMC에서 최종금리를 5.1%로 제시했다. 파월 의장의 말대로 최종 금리가 이보다 더 높아진다는 것은 올해 5%대 중반까지 금리가 치솟을 수 있다는 뜻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종금리 6%’ 시나리오까지 거론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한 반면, 이달 미 연준이 또다시 빅스텝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미 기준금리는 5.25%가 돼 한미 금리 격차는 사상 최대 규모로 벌어지게 된다.
월가에선 지난해 8월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당시 시장의 조기 통화정책 완화 기대를 짓밟았던 파월 의장의 ‘잭슨홀 8분 연설’이 연상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파월이 이렇게 강도 높은 매파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여전히 뜨거운 미 고용시장과 물가 때문이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6.4% 올라 12월(6.5%)과 거의 비슷한 상승세를 유지했고, 전월 대비로는 0.5% 급등해 12월(0.1%)보다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졌다.
특히 연준이 가장 정확한 물가 지표로 간주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1월에 4.7% 올라 12월(4.6%)보다 더 많이 상승, 인플레가 다시 악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또 1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폭이 시장 전망치의 3배에 육박하고 실업률도 54년만의 최저치를 찍은 것은 구인난과 노동시장 과열에 따른 인플레 장기화의 악순환에 대한 우려에 불을 붙였다.
이날 뉴욕증시는 긴축 우려에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1.72%, S&P500은 1.53%, 나스닥은 1.25% 각각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