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은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각국 지도자들을 취임식에 초대했다”고 밝혀 전례가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연방 정부와 의회 인사들이 각 주를 대표해 참석한 이들과 교류하는 국내 행사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행사 전후로 워싱턴DC 일대 교통이 통제되고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기 때문에 정상 외교를 하기엔 여건이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각국의 미국 주재 대사가 그 나라를 대표해 취임식에 참석해 왔다. 미 국무부 기록에 따르면 1874년 이래 대통령 취임식에 외국 정상이 공식 방문한 적은 없다.
이런 관행을 깨고 지난달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밀레이는 지난해 11월 미 대선이 끝난 지 9일 만에 트럼프 사저가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아 외국 정상 가운데 대선 승리 이후 트럼프와 가장 먼저 만났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등도 초청을 받았지만 참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시진핑 주석 역시 참석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임 중 거침없는 언행과 포퓰리즘 성향으로 ‘열대의 트럼프’라 불린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8일 X에서 “취임식에 초청돼 영광”이라고 했다. 하지만 2년 전 대선 패배 후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출국이 금지된 상태라 실제 참석은 어려울 전망이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보우소나루가 변호사를 통해 연방대법원에 압류한 여권을 돌려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과거 ‘친구’라 부른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 대표는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 내에선 20명 안팎의 민주당 의원이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8년 전 트럼프 취임식 때도 고(故) 존 루이스 하원 의원을 비롯한 60여 명이 트럼프의 취임 선서를 거부하며 취임식 현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취임식이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를 기리는 ‘마틴 루서 킹 데이’와 겹치는 점도 일부 민주당 의원이 주저하는 원인”이라고 했다. 한국 국회에서는 김석기 외교통일위원장 등 7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18일 출국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이와 별개로 취임식 및 만찬 무도회에 참석할 방미단을 구성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