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외교·안보 라인에서 한·미·일 협력과 미국·영국·호주 간 핵잠수함 동맹인 ‘오커스(AUKUS)’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모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태평양에서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만든 협의체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 “바이든이 외교적으로 무능하다”며 각을 세우며 외교·안보에서도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를 앞세웠지만, 이런 수사(修辭)와 달리 동맹 중시 외교를 상당 부분 계승할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됐다. 바이든은 동맹과의 소(小)다자 협의체들을 잇달아 출범시킨 뒤 중국 견제를 위해 ‘따로 또 같이’ 움직이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2022년 2월 이를 “강력하고 강화된 상호 의존적 격자 구조(latticework)의 연합”이라 표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14일 현직인 제이크 설리번과 나란히 미 평화연구소(USIP) 행사에 참석해 “제가 (바이든 정부의) 공을 확실하게 인정하는 부분은 한국·미국·일본, 또 미국·일본·필리핀 간의 3자 대화”라며 “해당 국가와 정부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FOIP)’이란 공동의 비전을 갖고 역사적 적대감을 극복하는 데 정말로 도움이 됐다. 그래서 나는 이 모든 것들이 계속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왈츠가 언급한 ‘역사적 적대감 극복’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일본 총리가 주도한 한일관계 개선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상반기 한일 셔틀 외교가 복원되면서 한·미·일 협력에도 탄력이 붙었고, 2023년 8월 이른바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통해 제도화에 이르렀다. 다만 현재는 이를 추동한 세 정상이 모두 퇴장하며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왈츠는 이날 “새 행정부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계속 강화하면서 이 지역에서 중국의 야망을 억제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 함구한 대만에 대한 무기 공급 문제를 놓고도 “200억 달러(약 29조원) 규모의 무기가 억제 조치 중 하나로 대만에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왈츠는 미국·영국·호주 간 안보 동맹으로 지난 2021년 9월 출범한 오커스(AUKUS),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를 언급하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에 통합돼야 한다”고 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후보자 역시 15일 상원 외교위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지난 2021년 출범한 오커스 지지를 표명했다.
루비오는 “오커스 협정은 분명히 국방과 관련이 있지만 동맹국과의 파트너십을 활용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며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이것과 유사한 컨소시엄과 같은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 오커스는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해 호주에 제공하는 ‘필러1′, 양자·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군사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하는 ‘필러2′로 구성돼 있다. 한국·일본 같은 미국의 다른 동맹국이 ‘필러2′에 참여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폴리티코는 “오커스가 의회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는 가운데 이날 루비오의 발언은 트럼프가 협정을 재협상하거나 아예 포기할 것이란 동맹국의 두려움을 달래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