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은 워싱턴 DC 의회 의사당 중앙홀(로툰다)에서 진행됐다. 당초 약 20만 인파가 참석한 가운데 야외에서 열리려던 행사가 북극 한파로 인해 실내로 바뀐 것인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2기 취임식(1985년) 이후 40년 만이었다. 트럼프에 자리를 이양한 조 바이든, 버락 오바마·조지 부시·빌 클린턴 전 대통령, J 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한 트럼프 정부 내각 주요 직위 지명자, 상·하원 의원, 9명의 연방 대법관, 빅테크 거물 등 요인 약 8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 1시간 넘게 진행됐다.
트럼프가 등장하기에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팀 쿡 애플 CEO 등 빅테크 기업인들이 먼저 중앙홀에 나타났다. CNN은 “빅테크 인사들의 자리가 (트럼프 일가 바로 뒤) 상당히 앞쪽에 배치된 것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이번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원) 이상을 기부했다. 이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트럼프 2기 내각 주요 직위자 후보자들이 줄지어 등장했다. 트럼프 백악관의 ‘게이트키퍼’라 불리는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은 하얀색 옷을 입은 채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존재감을 과시했고, 카지노 거물 고(故) 셸던 아델슨의 배우자이자 트럼프를 후원하는 ‘큰 손’인 미리암 아델슨 등의 모습도 보였다. 2021년 1·6 의회 습격 사태 이후 트럼프와 거리가 멀어진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취임식에 참석했다.
이날 취임식의 하이라이트는 트럼프와 밴스의 취임 선서였다. 먼저 밴스가 배우자 우샤와 자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앞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밴스의 모친인 베벌리 에이킨스도 현장에서 이 장면을 감격스러운 모습으로 지켜봤다. 이어 트럼프가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 앞에서 성경책에 손을 얹고 이렇게 취임 선서를 했다.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하고 모든 능력을 다해 미국의 헌법을 보전하고 수호할 것을 엄숙히 맹세합니다. 신이어 도와주소서.” 로버츠가 “취임을 축하한다”고 말하자 장내에 한동안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당초 정오에 맞춰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행소가 약간 지연돼 시간을 넘겼다. 트럼프는 이어 40분 동안 취임 연설을 통해 자신의 4년 임기 내 구상을 밝혔다.
이날 취임식 국가(國歌)는 오페라 가수 크리스토퍼 마치오가 불렀고, 2005년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우승한 여성컨트리 음악 가수 캐리 언더우드가 ‘아메리카 더 뷰티풀’을 불렀다. 의사당 내 ‘노예해방홀’에도 1800석의 자리가 별도로 마련돼 중앙홀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이 화면을 통해 취임식을 지켜봤다. 워싱턴포스트(WP)는 “로툰다에 자리가 부족해 (공화당 소속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등 주요 인사도 화면을 통해 취임식을 봤다”고 전했다. 트럼프 부부는 취임식이 끝난 뒤 반세기 정치 역정을 마무리하고 델라웨어주(州) 윌밍턴 사저로 향하는 바이든 부부를 배웅했다. 트럼프는 앞서 취임 연설에서 바이든의 실정(失政)을 때리고 자신이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점을 언급했는데, 종종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표정이 굳어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