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미국 워싱턴 DC 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 상공에선 64명이 탑승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훈련 중이던 군 헬기와 충돌해 강으로 추락했다. 정확한 사상자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탑승자 다수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구조대가 보트를 타고 부서진 기체에 접근해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29일 오후 8시48분쯤 미국 워싱턴 DC의 국내선 공항인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서 소형 여객기가 군 헬리콥터(블랙호크)와 공중에서 충돌해 추락했다. 공항에 착륙하려던 여객기에는 60명의 승객과 4명의 승무원이 탑승했다고 아메리칸 항공사가 밝혔다. 미 CBS는 최소 18구의 시신을 소방 당국이 수습했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생존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소방 당국은 공항 현장에 소방차를 보내고 포토맥 강에 보트를 띄워 수색 및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 경찰에 따르면 추락한 항공기는 공항 인근 포토맥 강으로 떨어졌다. 군인 3명이 탑승하고 있었던 블랙호크 헬리콥터 역시 포토맥 강으로 추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 언론에 공개된 충돌 당시 영상을 보면 밤하늘 공중에서 여객기와 헬리콥터가 충돌한 뒤 거대한 불꽃이 튀는 장면이 보인다. 사고 당시 영상에는 충돌 직전의 여객기와 헬리콥터 외에도 근방에 또 다른 비행기 불빛이 보일 정도로 워싱턴에 인접한 레이건 공항은 미국 내 공항 중에서도 가장 혼잡한 공항으로 손꼽힌다.

29일(현지 시각)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국립공항 인근에서 당국이 수색을 벌이고 있다./EPA 연합뉴스

해당 여객기는 미국의 지역 항공사인 PSA 에어라인으로 아메리칸 항공의 지역 노선을 운영하는 항공사로 알려졌다. 주로 미국 내 지역을 연결하는 단거리 항공편을 운영하는 항공사로, 이번 사고기에도 워싱턴과 인근 지역을 출퇴근하는 탑승객이 타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 언론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미국 중부 캔자스주의 위치타시에서 이륙해 워싱턴 DC로 오는 항공편이었다. 사고기 기종은 CRJ700으로 평소 65~78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포토맥 강의 수온은 화씨 35.6도(섭씨 2도) 수준으로, 미 언론들은 이 같은 수온에 추락했을 때 15~30분 후 저체온증이 발생하며 탑승객의 생존 시간은 최대 30~90분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레이건 공항의 모든 이착륙은 전면 중단됐다. 아직 정확한 사상자 숫자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레이건 공항은 펜타곤 국방부 청사와 나란히 붙어 있다. 이 근방은 평소 여객기는 물론 군 헬리콥터를 포함한 각종 군용기 등의 비행도 잦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방금 레이건 내셔널 공항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고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희생자들의 영혼에 하나님의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며 “또한, 우리의 대응 요원들이 해내고 있는 놀라운 작업에 감사드린다. 저는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정보가 나오는 대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사고 당시 군 헬기는 통상의 훈련 비행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상 상황도 시야가 깨끗했던 상태라 미 언론들은 사고 원인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블랙호크 기종의 경우 창이 넓어 육안으로도 비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고 영상을 보면 헬기가 여객기를 추돌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사고기(아메리칸 항공 5342편)는 공항으로 접근하던 중 약 400피트(약 122미터) 고도에서 시속 약 140마일(약 225km/h)의 속도로 비행하다가 급격한 고도 손실을 겪었다. 착륙 몇 분 전, 관제사는 착륙 예정이던 이 항공기에 기존보다 짧은 활주로인 33번 활주로에 착륙이 가능한지를 문의했고, 조종사들은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관제사는 33번 활주로 착륙을 승인했고, 비행 추적 데이터에서도 항공기가 새로운 활주로를 향해 접근 경로를 조정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어 사고 발생 30초 전, 관제사는 블랙호크 헬리콥터 조종사에게 착륙 중인 여객기를 확인했는지 문의했고, 항공기 뒤로 지나가라고 했지만 그로부터 몇초 뒤 충돌이 일어났다. 여객기의 무선 송신기는 활주로에서 약 2400피트(약 730미터) 떨어진 지점, 즉 강 한가운데 상공에서 신호 전송을 멈췄다.

미 언론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2009년 뉴욕주 버펄로에서 발생한 콜건 에어(Colgan Air) 추락 사고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첫 대형 상업 항공기 사고로 전해졌다. 당시 사고로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편,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발생한 항공기 사망 사고는 2018년 사우스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 비행 중 한 여성이 창문 밖으로 부분적으로 빨려 나가면서 사망한 사건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