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이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공약으로 전세계 모든 국가를 상대로 보편관세를 10~20% 부과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지난 7일 미일 정상회담을 전후해서는 보편관세 대신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를 부과하겠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트럼프는 9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11일이나 12일에 상호관세를 발표할 계획이며 상호관세는 거의 즉시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편관세가 전세계 모든 국가들을 상대로 예외 없이 모든 품목에 부과하는 관세라면, 상호관세는 특정 국가와 특정 품목에 대해 똑같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식 화법’으로 관세 부과 범위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이미 지난 4일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서 부과하기로 했던 25%의 관세를 한달 유예했는데, 관세 부과로 인한 국내 인플레이션 우려 등 각종 부작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었다. 지난달 20일 취임 이후 현재 트럼프가 실제로 관세를 부과한 국가는 중국(10%)이 유일한 상황이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부과해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이미 대부분의 미국산 수입품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는 추가로 관세를 부과할 여지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유럽연합(EU) 등 트럼프가 강조하는 상호관세 국가의 우선순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는 미국산 수입차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유럽을 여러 차례 불공정 무역 대상으로 강조해왔다. 유럽산 수입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2.5%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유가와 주가 등을 고려할 때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트럼프의 광범위한 관세 압박을 ‘협상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