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상호 관세와 관련된 각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러와 국방비 삭감, 비핵화에 관한 논의를 모색할 것”이라며 “시진핑·푸틴과 개별적으로 논의를 시작할 수 있고, (상황이 진정되는 것을 본 뒤) 3자 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뒤 G7(7개국·당시 기준으로는 G8)에서 퇴출당한 러시아에 대해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이날 “핵무기를 만들 이유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달 23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도 “우리는 비핵화를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은데 나는 그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중·러와의 핵 군축 협상을 시사했다. 미·러는 전략 핵탄두 제한을 골자로 한 신(新)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을 체결한 상태지만, 러시아의 참여 중단으로 내년 2월 종료될 예정이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서도 “지금 미국보다 상당히 적은 핵무기가 있지만 그들은 향후 4~5년 내 따라잡을 것”이라고 했다. 미·중은 별도의 핵 군축 관련 협정을 체결한 게 없다.

한편 트럼프는 러시아의 G7 복귀도 희망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G8에서 제외된 것은 실수”라며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러시아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건 문제가 아니고, 러시아가 (대화 테이블에) 다시 앉아야 한다” “러시아가 G8에 있었다면 우크라이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2일 푸틴과 3년 반 만의 공식 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終戰) 협상을 개시한 그는 “푸틴도 다시 돌아오고 싶어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올해 G7 의장국인 캐나다는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에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G7 퇴출이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 대한 일방적 침공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프랑스·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과 관련해 평화를 원한다고 한 말을 믿냐’는 질문에 “나는 그가 평화를 원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그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나에게 말했을 것”이라며 “나는 이 사안에 대해서 그를 신뢰하고, 그는 무엇인가 일어나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가 푸틴에 먼저 통화한 것은 유감”이라며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협정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트럼프는 “그들(우크라이나)도 협상의 일부”라며 “이 전쟁을 끝나야 한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가 푸틴의 원대한 야망에 문을 열어주고 있다”며 군사적 침공에서 비롯된 러시아의 현상 변경을 묵인할 경우 국제 안보 지형을 뒤흔들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