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선부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관세”라며 스스로를 ‘관세맨(tariff man)’이라고 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벌이며 다양한 관세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부과하는 ‘보편 관세(universal tariff)’부터, 특정 국가의 모든 제품에 일괄 부과하는 ‘국가별 관세’, 특정 품목에 부과하는 ‘품목 관세’, 국가별 무역 균형을 맞추기 위한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까지 ‘관세 4종 세트’를 동시다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가와 품목에 상관없이 전 세계 모든 수입품을 대상으로 기존 관세에 10~20%의 관세를 추가로 매기는 보편 관세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보편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대다수 품목에 무관세를 적용하는 국가들도 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취임 직후 꺼내 든 관세는 국가별 관세다. 지난 1일 트럼프는 캐나다와 멕시코산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에는 기존 관세에 추가로 10%포인트를 얹는 명령에 서명했다. 이 나라들이 불법 이민과 마약 유통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명분이었다. 이 중 캐나다·멕시코는 결국 트럼프에게 “국경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고 관세를 한 달 유예받았지만, 언제든 경제 문제가 아닌 정치·외교적 문제로 특정 국가에 일괄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셋째 카드는 품목별 관세다. 트럼프는 지난 10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3월 12일부터 부과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1기 때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미국과 맺었던 철강 쿼터(무관세 수출 할당) 협정이 무효화되고, 25%의 일률 관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도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는 13일에는 국가별로 상호 관세를 검토해 4월 1일 이후 시행하는 내용이 담긴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각국이 미국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와 비관세 장벽까지 모두 고려해 이에 상응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상호 관세는) 국가별로 일대일로 다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7일 “보편 관세보다는 상호 관세 방식으로 갈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