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은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을 맞아 총회를 열고 이 전쟁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면 침략’으로 규정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우크라이나가 제출한 이 결의안은 찬성 94표, 반대 18표, 기권 65표로 가결 처리됐다. 여기에 반대한 미국은 신속한 종전(終戰) 필요성과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에 대한 내용을 뺀 별도의 결의안을 제출했는데, 원안이 거부되고 러시아의 침공 내용이 담긴 수정안이 찬성 93표, 반대 8표, 기권 73표로 채택됐다. 미국은 이날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기를 거부하며 우크라이나, 유럽과 충돌했다.
우크라이나가 제출한 결의안은 4년 차에 접어든 전쟁을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략으로 규정했고, 러시아의 무력에 의한 현상(現狀) 변경 시도를 규탄한 이전 결의를 이행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가 모든 군(軍) 병력을 즉시, 완전히, 조건 없이 철수하고 적대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 결의안에는 한국을 비롯한 G7(7개국) 회원국인 일본·캐나다·프랑스·이탈리아·영국·독일 등 50국이 공동발의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결의안은 대개 특정국이 초안(草案)을 작성하는 ‘펜 홀더’ 역할을 하고 거기에 동의하는 나라들이 공동발의국에 이름을 올리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반면 미국은 이 결의안에 반대하며 자체 안을 냈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에 관한 내용이 빠졌고 러시아의 침략도 언급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종전 협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은 전쟁이 러시아의 침략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언급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이게 신속한 종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엔은 미국이 제출한 원안을 거부했고 러시아의 침공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찬성 93표, 반대 8표, 기권 73표로 채택했다. 미국은 이스라엘 등과 함께 여기에 반대했다.
광물 협정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이날 유엔 무대에서도 충돌했다. 마리아나 벳사 우크라이나 외교 차관은 “우리는 침략을 비난하고 망신을 줘야지 보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며 “단지 평화를 향한 열망을 표현하는 것으로 유엔총회의 입장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반면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대표부 차석 대사는 이전 결의가 “전쟁을 끝내는 데 실패했다”며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는 단순한 역사적 성명, 전쟁을 끝낸다는 하나의 단순한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결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종전 협상 중인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푸틴과 전쟁 종식 논의뿐 아니라 경제개발 협력도 논의하고 있다”며 “대화는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유엔총회 결의는 유엔이 채택한 공식 문서다.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사회 여론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 고위급 회기 첫 회의에서도 한국·일본을 포함한 서방 39개국이 공동 발언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 침략 행위를 비판했다. 강인선 외교부 2차관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관련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탄도미사일을 제공하고 1만1000명 이상의 군인을 파병해 정권을 위한 총알받이로 희생시키고 있다” “북한의 불법적 활동은 국제사회 전체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여기서도 불참했고 사전에 각국 대표가 예정한 발언 신청도 철회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