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후보자가 4일 상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있다. /AFP 연합뉴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후보자가 4일 상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 2기 국방 정책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게 될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지명자가 4일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지난 6~8개월간의 한국 정치 상황을 보면, 한·미·일 3국 협력이 계속될 수 있을지 분명치 않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다자간 동맹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미국에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 뒤, “한·미·일 협력은 어떤 면에서는 고무적”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작년 12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이어진 혼란을 지적한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6~8개월’이라는 기간을 언급한 것은 계엄 이전부터 극심해진 한국의 정치 양극화 전반을 우려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1기 때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낸 콜비 차관 지명자는 “트럼프표 ‘미국 우선주의’ 세계관의 핵심 인물”(폴리티코)로 평가받는다.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나 2인자인 스티븐 파인버그 부장관 지명자가 국방 분야 경험이 거의 없어, 콜비가 향후 미 국방 정책 수립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콜비는 하버드대에서 역사학, 예일대에서 법학(박사)을 공부했고, 미 국가정보국(DNI)·해군분석센터(CNA)·신미국안보센터(CNAS) 등 안보 관련 기관 연구원으로 경력을 쌓았다.

◇콜비, 전작권 전환 관련 “의욕적인 동맹국 한국에 힘 실어줘야”

콜비는 동아시아 안보에 있어 한국의 역할을 강조해온 인물이다. 그는 이날도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한미 동맹은 미국의 이익에 핵심적이며 아시아에서 미국이 갖는 지정학적 위치의 초석”이라며 “미국과 한국의 방어와 억제를 위한 전략적 태세는 신뢰할 수 있고 확고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북한·중국이 핵 능력을 계속 확장한다면 한국과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추가 옵션을 검토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핵 확장 억제(핵우산)를 넘어서는 전술핵 재배치에 긍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 억제에 집중하려면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까지 고려한 모든 카드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었다.

콜비는 그동안 주한 미군의 역할을 대북 방어에서 대중국 억제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역할을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콜비는 이날 청문회에서는 과거에 비해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한미가 2021년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 확보’ 등 3가지 조건에 기초해 전환하기로 한 전시작적통제권에 대해 “이 민감한 문제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한국같이 유능하고 의욕적인 동맹국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트럼프의 외교 정책 비전”이라고 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마크 켈리 상원의원(왼쪽)이 3월 4일 워싱턴 DC 미 의회 상원 의사당 건물에서 열린 인준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부 정책차관 지명자인 엘브리지 콜비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 AFP 연합뉴스

한편, 콜비는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선 한국을 이스라엘·폴란드 등과 함께 “정말로 제 몫을 다하고 있는 나라”로 꼽으며 “강력한 군대를 보유한 신뢰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했다. 반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해서는 “냉전 이후 미국에 너무 과도한 책임이 집중돼 있다”며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 수준이 냉전 때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콜비는 일본·대만을 향해서도 국방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이란 수치까지 제시하며 “일본이 서태평양에서 자체 방위, 집단 방위에 훨씬 더 적극적이고 확대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대만이 미국에 매우 중요하고, 대만에서의 패배와 함락은 미국의 이익에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도 최근 대만 입법원이 국방 예산을 감축한 것을 문제 삼으며 “상당히 당황스럽다”고 했다.

콜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견제를 위해 출범시킨 영국·호주와의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오커스는 미국이 호주에 핵잠수함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인데 “미국이 공격용 잠수함을 충분한 속도로 생산할 수 있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향후 수년 내에 (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 등으로 구성된) 제1도련선(島鏈線·First Island Chain)을 따라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공격 잠수함은 대만 방어에 절대적으로 필수적”이라며 “(약속한 잠수함 생산을 하지 못해) 미군을 더 취약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편,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면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며 협력 대상국으로 일본, 쿼드(QUAD),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과 함께 한국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