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주요 무역 적자국인 이른바 ‘더티 15’를 포함한 주요국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돈 그레이브스 전 상무 부장관은 “관세는 악의적 행위자(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다루기 위한 유용한 도구”라면서도 “파트너·동맹국을 괴롭히기 위한 망치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동맹과는 상호 존중 속 건설적인 대화를 하는 게 더 유용한 방식”이라고 했다. 그레이브스는 변호사 출신으로 오바마 정부 때 백악관 국내경제 정책 국장으로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을 보좌했고, 바이든 정부 때 상무부 2인자인 부장관을 지냈다.
그레이브스는 최근 공개된 한미경제연구소(KEI·원장 스콧 스나이더) 팟캐스트에 출연해 “미국과 전 세계 기업의 리더들이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운영·투자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 “정부가 다음 주 관세 정책과 관련해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다소 후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가 2일 상호 관세 부과 계획을 여러 차례 재확인하면서 이번 주 ‘글로벌 무역 전쟁’의 본격적인 서막이 오를 것이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미국 입장에서 무역 적자 규모가 큰 이른바 ‘더티 15’ 국가가 요주의 대상인데,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이브스는 트럼프가 폐기를 공언한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의 보조금과 관련해 “미국이 최첨단 칩을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기업을 유치하는 데 필요한 (보조금 같은) 인센티브가 포함되지 않았다면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 발효된 이 법을 근거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보조금을 책정했지만, 트럼프 집권 이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그레이브스는 재임 중 폭증한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를 언급하며 “한미 간 오랜 깊은 관계가 강화됐다” “일방향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미국 기업들은 한국 시장이 좋은 시장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그레이브스는 지난주 현대차가 트럼프 앞에서 210억 달러(약 31조원) 대미 투자를 밝힌 것과 관련해 “정의선 부회장은 매우 전략적인 인물”이라며 “현재 미국 시장에 변동성이 있지만, 오랫동안 안정된 시장이고 (여전히) 투자하기 좋은 곳이란 믿음을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대제철이 제철소를 신설하는 루이지애나주(州)에 대해서는 “지역 공동체, 인력, 자금, 물류 등에 대한 보장을 제공하는 최고의 패키지를 제시했다” “루이지애나가 남부 항구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고, (현대차 주요 시설이 있는) 조지아에서도 그리 멀지 않아 유연성을 제공한다”며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레이브스는 첨단기술의 중국 수출 통제와 관련해 “미국은 규모가 크지만 세상은 광대하기 때문에 상업 시장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다”며 “파트너·동맹국들과 협력하는 일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철강·알루미늄 등과 관련해) 중국이 때때로 우리 시장에 덤핑을 하고, 이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레이브스는 “중국이 항상 약속을 지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것은 실수다. 우리는 더 광범위한 세계 경제를 생각하면서 (중국과) 어려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