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컨트롤타워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둘러싼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 언론인이 포함된 민간 채팅 앱에서 작전을 공유했다는 ‘시그널 게이트’에 이어 강경 보수 선동가가 “충성스럽지 않다”고 지목한 직원들이 해고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알렉스 웡 국가안보 부보좌관 역시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아니다”란 공격에 직면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을 전후해 이뤄진 NSC 구성 작업에선 강도 높은 ‘사상 검증’이 이뤄졌다. 이는 트럼프 1기 때 외교·안보 문제를 둘러싼 난맥상이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네오콘이나 직업 공무원들의 ‘불충’에서 비롯됐다는 트럼프의 개인적인 문제의식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는 2016년, 2020년 대선에서 어느 후보를 지지했는지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고 한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에도 소동이 계속되고 있는데 강경 보수 선동가인 로라 루머가 지목한 선임 관료 3~5명이 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루머는 매가를 추종하는 보수 진영 인플루언서로, 선거 캠페인 때 트럼프의 전용기에 탑승한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된 트럼프의 측근이다. 최근에도 X(옛 트위터)에서 트럼프와 면담한 사실을 알리며 “나는 미국 대통령과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계속해서 강력한 검증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축출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루머는 부보좌관인 웡에 대해서도 “당신은 대통령을 부끄럽게 만든다”며 “국가 안보 담당자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으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루머는 웡이 바이든·오바마 정부 법무부에서 일한 캔디스 추 웡 변호사와 결혼한 사생활까지 문제 삼고 있다. 웡은 1980년생인 중국계 미국인으로 부모가 광둥성 출신인데, 루머가 좌표를 찍자 매가 지지자들은 웡의 결혼사진까지 유포하며 이런 개인적인 배경을 문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과 외교가에서는 “웡의 축출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웡은 트럼프 1기 때 대북특별부대표로 스티븐 비건 당시 특별대표와 호흡을 맞춰 미·북 대화에 관여했다. 한국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지한파(知韓派)로 지난 2021년 한국 쿠팡의 모기업 격인 ‘쿠팡 INC’에 영입돼 워싱턴사무소에서 대관을 담당한 경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