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브리지 콜비 신임 국방부 차관이 지난해 5월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미국 상원은 8일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찬성 54표, 반대 45표로 가결 처리했다. 지난달 4일 상원 청문회 이후 약 한 달 만으로 콜비는 한때 보수 진영 내에서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아니다”란 공격을 받았지만, 측근인 J D 밴스 부통령 등의 지원 사격에 힘입어 의회 문턱을 넘었다. 콜비는 “주한미군의 역할은 북한보다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해 온 인물이다.

콜비는 금명간 국방부 서열 3위인 정책 담당 차관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하버드대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고, 트럼프 1기 때는 전략·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를 지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영관급 장교 출신인 데다 정책 분야 경험이 상대적으로 일천하고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폐기 같은 국내 어젠다에 집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콜비가 트럼프 2기 국방 정책의 입안·실행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콜비는 지난해 5월 본지가 주최하는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참석차 방한한 적이 있다.

콜비는 2023년 9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주한 미군의 역할이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만 유사시 미군은 절대 패배해서는 안 되고,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미군이 전쟁에 투입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지역 전쟁에서 패배하면 미군은 아시아에서 철수하고, 한국은 급속히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놓일 것”이라며 양안(兩岸) 문제가 결국 한반도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는 주장을 폈다. 지난해 5월에는 본지에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한국 스스로 (북핵 위협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한국의 핵무장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최근 “콜비가 취임하면 한국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수용을 압박할 것”이라 밝혔다. 다만 콜비는 과거 “주한미군 철수에는 반대한다”고 했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2.8%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