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일련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국가 안보 차원에서 미국 조선업의 재건을 도모하는 ‘미국의 해양 지배력 회복’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명령은 중국의 해양·물류·조선을 견제하는 조처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앞서 트럼프가 조선업 파트너로 호명한 한국에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국·파트너와 협력해 무역 정책을 조정하고, 동맹국 조선업체의 미국 투자를 촉진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 우리 조선업에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우리는 조선에 많은 돈을 쓸 것”이라며 “우리는 아주 많이 뒤처져 있다. 예전엔 하루 한 척의 배를 만들곤 했지만, 사실상 지금은 1년에 한 척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명령은 하원의원 시절 초당적인 협의를 통해 ‘조선 및 항만 인프라 법’을 발의하는 등 미국의 조선업 부활에 관심이 많았던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도한 것으로, 백악관 관계자는 “선박 건조부터 미 해군의 군사 활동을 지원할 상선을 대거 보유해 해양 패권을 회복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는 조선 전담 부서가 신설됐다.

이번 명령에는 미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해양·물류·조선 부문에 대한 ‘불공정 표적화 조사’에 대한 조치를 지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면서 “잠재적 부과와 관련해 조약 동맹국, 파트너국, 유사 입장국 등과 협력해야 한다”고 했는데 향후 우방에도 비슷한 조치를 압박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앞서 USTR은 “중국 선사 및 중국산 선박과 관련한 국제 해상 운송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또 “동맹국과 파트너를 통해 적국(敵國)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했는데, 상무장관에 동맹국 조선업체가 미국에 자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트럼프가 조선업 재건을 강조해온 가운데, 현재 이 분야에서 파트너가 될 만한 동맹국은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특히 한국은 세계 1위 수준의 조선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데, 트럼프는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선업 협력을 언급했고 8일 한덕수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유선 협의 때도 비슷한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화가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국내 기업으로는 사상 처음 미국에 진출한 이후 미 조야(朝野)에서는 HD현대 등 한국 조선업체들을 향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조선업을 도모하려는 미국 기업들과의 기술 제휴도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백악관은 9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해양 지배력을 회복하고 미국 조선업을 늘려 국가 안보와 경제 번영을 촉진하기 위한 역사적인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X(옛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