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4년 만에 워싱턴 DC 백악관으로 돌아와 2기 임기를 시작한 지 석 달째를 맞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양호해 직무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주치의의 판단이 나왔다. 백악관은 13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트럼프 주치의인 숀 P 바바벨라 해군 대령의 검진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트럼프의 건강검진은 지난 11일 워싱턴 DC의 월터 리드 군(軍) 병원에서 진행됐다. 미국 대통령이 건강검진 결과를 대중에게 공개할 법적 의무는 없다. 하지만 1973년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을 시작으로 임기 중 국민에게 건강 상태를 공개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픽=김현국

3쪽 분량의 보고서는 우선 트럼프의 나이·키·몸무게·맥박·혈압·체온 등의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한 뒤 눈·코·입·허파·위장·비뇨기·신경 등 부문별 검진 결과를 기재했다. 4년 전 111㎏이었던 트럼프의 체중은 이번에 102㎏으로 약 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로 기소돼 2년 전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교도소에 출석했을 당시 측정한 몸무게보다는 9㎏가 더 나가는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주치의는 트럼프의 감각기관과 심폐·소화기능이 모두 정상적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지난해 7월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도중 암살 시도로 총탄이 스쳐 지나간 오른쪽 귀의 상처가 남아있지만 청력과 시력 등 감각기관은 모두 정상이라고 판단했다. 중성지방·백혈구·헤모글로빈 등 각종 성분들의 수치도 정상 범위로 측정됐다.

다만 혈압의 경우 128~74수은주밀리미터(㎜Hg)로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간주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피부과 검사에서는 피부 일부가 햇볕에 노출되고 피부가 일부 변질됐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주치의는 판단했다. 또 지난해 7월 실시한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작은 덩어리와 게실증(대장에 주머니가 생기는 증상)이 발견돼 3년 뒤에 다시 내시경 검사를 받으라는 소견이 첨부됐다.

대통령의 고령화로 인한 인지력 저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는 인지력을 측정하는 ‘몬트리올 인지력 평가(MoCA)에서 30점 만점을 받았다. 주치의는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하며 트럼프의 건강에 대해 “뛰어난 인지 능력과 신체 건강을 보여주고 있어, 국가원수이자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히 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트럼프는 1기(2017~2021년) 때의 경우 취임 1년을 맞던 2018년 1월에 건강검진 결과를 공개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임기 3년 차에 접어들던 2023년 1월 건강검진 결과를 공개했다. 트럼프가 이번에 이례적으로 취임 석 달 만에 신속하게 건강검진 결과를 공개한 것은 취임 후에도 끊이지 않는 ‘고령 리스크’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 1월 78세 7개월 나이로 취임하면서 전임 바이든이 갖고 있던 최고령 대통령 취임 기록을 경신했다. 바이든은 지난해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노쇠한 모습이 고스란히 화면에 잡히면서 불거진 인지력 논란으로 결국 민주당 후보직을 내려와야 했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에 대해 나이 때문에 정상적인 집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1월 취임 직후 골프 카트에서 다리를 절뚝거리거나 손등에 갈색 멍 자국이 생긴 모습 등이 언론 카메라에 잡혀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꼬리를 물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이 대부분의 신체 기능과 관련 수치가 트럼프의 양호한 건강 상태를 보여준다는 답변을 내놓은 셈이다.

주치의는 트럼프가 고령에도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을 ‘일’로 꼽았다. “하루 여러 차례 회의 참석과 공개 석상 등장, 언론과 만남, 잦은 골프 대회 출전과 승리 같은 활동적인 생활 방식이 건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치의는 트럼프가 술과 담배를 일절 하지 않고 있는 점도 별도로 언급했다.

트럼프는 이날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건강검진 결과와 관련해 “매우 좋은 결과라고 알고 있다”며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는 12일 종합격투기(UFC) 경기 관람을 위해 새벽 늦은 시간까지 경기장에 머물렀다.

트럼프는 젊은 시절부터 햄버거를 비롯한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 등을 주식으로 하는 식습관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햄버거를 먹을 때는 패티를 위아래로 싸고 있는 빵(번)을 다 먹지 않고 절반만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식습관에도 트럼프가 왕성한 체력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데에는 매주 한두 차례 즐기는 골프가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트럼프는 지난해 팟캐스트에 출연해 자신의 건강 비결로 유전적인 요인과 함께 골프를 꼽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게임에 집중하는 정신적인 자극이 체력 증진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트럼프는 건강검진 결과가 발표된 당일에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미국 대통령의 건강 상태 공개

20세기 초까지 미 대통령은 건강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재임(1953~1961년) 중 심장마비·뇌졸중을 겪고 장폐색 수술까지 받고 나자 관련 정보를 공개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1973년 정례 검진 결과를 처음 공개한 이후 관행으로 자리 잡았지만, 법적 공개 의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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