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21일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이 주최한 '국제 원자력 정책 컨퍼런스'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CEIP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KHNP) 사장은 21일 “한 나라의 원자력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면 공급망이나 허가 절차, 인적 자원 확보 등 어떤 것도 발전할 수 없다”며 “한국은 원자력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 부족에 따른 혼란이 원전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경험했다”고 밝혔다. 황 사장은 조지아공대에서 원자핵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 출신으로, 2022년 8월 비(非)관료출신으로는 10년 만에 사장으로 취임했다. 6월 치러지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원전 정책의 불확실성을 우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황 사장의 임기는 올해 8월까지다.

황 사장은 이날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이 주최한 ‘국제 원자력 정책 콘퍼런스’에 참석해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혼란을 경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 기간 해외 원전 수주가 단 한 건도 없었고, 원전 산업 분야의 고급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고 인재 양성을 위한 젊은 인력 수급도 어려워졌다. 원자력학과가 개설된 국내 대학 17곳의 학·석·박사 신입생은 2016년 802명에서 2020년 524명으로 34.7% 감소했다.

황 사장의 이런 발언에 대회 사회자인 로라 홀게이트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재 미국 대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에 따라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미국에서는 핵 에너지에 대한 양당 간 합의가 10년 이상 지속되어 온 점이 흥미롭다. 핵 에너지가 미래에도 발전하기 위해 (한국에서) 일관성이 유지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미국에선 원자력이 의회의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전력 부문의 탈(脫)탄소화가 중요하다 보고 있고, 공화당은 전력 공급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원자력 기술의 확대 및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황 사장은 이날 체코 원전 수출과 관련해 “계약 체결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또 한수원이 지난 1월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을 합의로 종결한 것을 언급하며 “한국과 미국이 지난 50년간 쌓아온 굳건한 파트너십을 미래에도 계속해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황 사장은 “우리는 중동과 동남아, 아프리카 같은 지역에서 중국·러시아의 공격적인 원전 수출을 목도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가 비확산 체제를 지키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을지 참으로 우려스럽다. 한국이 핵무기가 없는 모범 국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황 사장은 “굳건한 한미 협력이 핵 비확산 및 안보 체제를 강화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며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로운 이용을 개척한 미국, 핵보유국이 아니면서 기술 전문성과 탄탄한 비확산 기록을 가진 한국이 ‘팀 원자력 코러스(KORUS)’로 힘을 합칠 수 있다면 우리가 공유하는 ‘평화를 위한 원자력’이란 비전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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