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월 20일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1월 20일 취임식 때 삼성전자가 31만5000달러(약 4억4700만원)를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가 100만 달러를 기부하며 GM·포드·도요타·스텔란티스 등 미국 시장 내 경쟁하는 완성차 업체들과 키 맞추기를 한 사실은 알려졌는데, 삼성도 미국 법인인 ‘삼성 일렉트로닉스 아메리카’를 통해 1월 13일 나름의 성의 표시를 한 것이다.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식 준비 위원회를 통해 국내 인사와 기업으로부터 기부를 받을 수 있고,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가 취임식 이후 90일 이내에 자료를 제출받아 공개하게 돼 있다. 모인 기부금은 트럼프 임기 이후 도서관·박물관 건립 같은 기념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21일 FEC 자료를 보면 트럼프는 당선인으로는 역대 가장 많은 2억3900만 달러(약 3400억원)를 모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 엔비디아, 구글, 메타 등을 비롯해 퍼플렉시티 AI, 마이크론, 퀄컴 등도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개인 자격으로 100만 달러를 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20일 캐피톨 힐(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트럼프 취임식엔 빅테크 경영자들이 대거 도열했고 장관 내정자들보다 앞줄에 앉은 것이 화제가 됐다. 이 밖에 소매 주식 거래 플랫폼인 로빈 후드가 200만 달러, 암호화폐 기업인 코인베이스·솔라나가 100만 달러씩을 각각 기부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JP모건체이스, 블랙록, 블래스톤, 사모펀드 KKR,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등이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정부 규제 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 AT&T, 컴캐스트, 버라이즌 같은 대형 통신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밖에 셰브론이 200만 달러, 에너지 기업인 엑손모빌·옥시덴털페트롤리엄, 제약사 머크·화이자 등이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개인 후원자들의 기부도 답지했는데 트럼프와 막역했던 카지노 재벌 셸던 아델슨의 미망인 미리엄 아델슨이 100만 달러를 냈다. 트럼프가 NASA(항공우주국) 수장에 지명한 제러드 아이작먼이 200만 달러, 교육부 장관이 된 린다 맥맨이 100만 달러,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25만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설립한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는 ’제47대 대통령 트럼프’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104만7000달러를 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뉴스1

한국 기업 중에서는 현대차가 1월 6일 북미 법인인 ‘현대 모터 아메리카’를 통해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어 일주일 뒤 삼성전자가 워싱턴 DC에 본부가 있는 미국 법인을 통해 31만 5000달러를 냈다. 한화는 버지니아의 한화 디펜스USA(12월 11일)와 캘리포니아의 큐셀 아메리카(1월 6일)가 각각 50만 달러씩을 냈다. 외국 기업은 취임식 준비 위원회에 직접 기부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지 법인을 통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후 위원회가 이를 환불 조치 했는데, 이는 한화의 요청 또는 위원회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취임식에 초청 받았고, 취임식 전날 VIP를 대상으로 한 ‘캔들 라이트’ 만찬에도 참석했다. 또 쿠팡의 모기업인 ‘쿠팡 INC’는 지난해 12월 16일 100만 달러를 냈다. 한국 쿠팡은 미국 모회사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창업자인 범 김(한국 이름 김범석)도 미국인이다. 김씨는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했다. 한편 재미 동포 사업가이자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 회장인 애니 첸(한국 이름 김명혜)씨도 20만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