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뉴시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PIPC) 위원장은 23일 미국이 한국 정부의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을 ‘무역 장벽’이라 지적한 것에 대해 “상당 부분이 오해라고 (미국 측에)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1일 공개한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NTE)’에서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해 “개인 정보의 국외(國外) 이전을 제한적인 경우에만 허용해 데이터 저장·처리에 필요한 서비스에 장벽이 된다”고 했다. 이는 구글이 토로한 고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 금지, 온라인 플랫폼법 등과 더불어 한국의 ‘디지털 비(非)관세 장벽’으로 지목됐다.

고 위원장은 이날 오후 워싱턴 DC 인근에서 진행된 특파원 간담회에서 “법 조항에 대해 표면적으로만 이해하고 실제 우리가 법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와 실제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은 위원회가 국외 이전 중지 명령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 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국제개인정보전문가협회(IAPP) ‘글로벌 프라이버시 서밋’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 이 기간 연방거래위원회(FTC), 브루킹스연구소 등 미국 내 민관과도 두루 접촉했다고 한다. 그는 “(무역 장벽 관련) 오해를 풀기 위해 이번 방미(訪美) 기간에도 미국 측과도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개보위는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이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정부 기관 중 하나다. 정보 유출 논란이 있을 때마다 주요 기업을 들여다보고 있어 적지 않은 회사가 대형 로펌을 선임해 이를 방어하고 사전 예방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알리, 로보락, 에코백스, 샤오미, 딥시크, BYD 같은 중국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개보위는 2022년 9월 구글에 692억원, 메타에 308억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는데 올해 1월 구글·메타가 낸 행정소송에서 모두 이겼다. 2020년 8월 공식 출범한 신생 소규모 조직이지만 지난 5년 동안 상당한 사례가 축적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 무대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편이라고 한다. 개보위는 올해 9월 미국·유럽연합(EU) 등 95국 148개 기관이 참여하는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해 글로벌 개인정보 규범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고 위원장은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SK텔레콤과 관련해 “이용자 숫자가 2300만명으로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꼼꼼하게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개인정보 국외 이전 절차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된 중국 쇼핑 플랫폼 테무의 경우 “과징금을 책정하는 데 필요한 매출 자료가 부족해 상세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며 “아마 5월 중에 처분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고 위원장은 또 최근 ‘지브리’ 화풍의 이미지 생성으로 전국적인 인기를 끈 챗GPT와 관련해 “지난해 실태 점검을 하면서 (개인 정보 수집과 관련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고, 그걸 꼭꼭 숨겨놔서 찾기 어렵게 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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