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비상 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친 한국의 ‘정치 리스크’와 관련해 “많이 개선됐다”면서도 “아직 완벽하게 100% 계엄 전 상황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6월 3일 대선이 끝나고 나서 완전히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계엄·탄핵 정국 당시 추경 편성을 촉구하는 등 정치적 논란을 감수하며 발언을 해왔다. 한미가 24일 ‘2+2(재무·통상) 협의’에서 환율 문제를 별도의 트랙에서 논의하기로 한 데에는 “무역만 생각하는 쪽하고 얘기하는 것보다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이번 주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G20(20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이번 총회 주요 화두는 단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관세 전쟁’이었다. 이 총재는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과 중국 간 협상이 안 되면 다른 나라에 대한 상호 관세 유예가 더 연기되더라도 경제적 비용이 굉장히 크다”며 “미·중이 어떻게든 좀 협상해서 빨리 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박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고 무역을 얘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 세계가 중국과 많이 연관돼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이번 총회를 대변하는 키워드로 ‘불확실성’을 꼽았다. “모든 사람이 미 관세 정책의 방향과 최근 금융시장 상황, 미 국고채 시장에서의 변동, 달러의 움직임, 미국의 국가별 협상 진행 여부 등 불확실성에 대한 의견이 제일 많았다”며 “일본 중앙은행 총재도 불확실성이 심해 경제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이란 단어가 일주일 내내 따라다녔다”고 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무역 전쟁 탓에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한국 기업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다른 나라에 비해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긍정적인 피드백도 받았다고 한다.
이 총재는 전날 재무부가 카운터파트인 기획재정부에 별도의 트랙으로 환율 문제를 논의하자 밝힌 것과 관련해 “긍정적인 측면이 하나 있다”고 했다. “어떤 면에서 (원화의 평가) 절하를 막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미측이) 오해할 소지는 있다”면서도 “재무부가 직접 얘기하면 정치, 무역 쪽하고 얘기하는 것보다는 더 나은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에 대한 각국의 대응 가운데 유럽연합(EU)을 인상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으며 “반미(反美) 정서가 고조되며 이번 위기를 은행 시장, 자본 시장 통합 등 그동안 이루지 못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자는) 논의가 많이 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