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보다 긴 설날 연휴를 보내면서 어렸을 적 설날 풍경과 지금은 너무나 달라졌음을 더욱 실감한다.

그때는 조부모를 비롯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인 데다 흩어졌던 자손들이 죄다 몰려와 수십명이 붐비는 잔칫집 분위기였으나 지금은 집사람과 단둘이 지내는 절간 분위기로 바뀌었다. 성장한 아이들은 외국에서 살거나 다른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백세 장수 시대를 건강히 살아가려면 혼자 사는 ‘단독자(單獨者)의 삶’에 익숙해져야 한다. 부부도 언젠가는 이별하게 될 터이요, 나이가 들면 거동도 자유롭지 못해 결국 ‘나 홀로 삶’을 영위하지 않을 수 없다.

혼자 사는 노인에게 텃밭 가꾸기는 운동, 자연, 취미, 관계, 일 등의 종합선물세트다. 백세장수시대 ‘나홀로 삶’에 어울리는 일이다. /셔터스톡

백세시대는 ‘단독자의 삶’이 대세

세계적 장수촌인 그리스의 이카리아, 이탈리아의 사르디니아, 과거 일본의 오키나와에 사는 백세인들의 공통점은 이웃·친구·가족 등과 잘 어울려 사는 인간적 교류가 활발했다는 점이다.

미 하버드 졸업생을 대상으로 1938년에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는 ‘Grant and Glueck’ 연구도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잘 형성한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오래 살았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미 우리나라도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나 홀로 삶’이 보편화된 상황에서는 남과 잘 어울려 사는 삶 못지않게 나와 잘 어울려 사는 삶이 중요해졌다. ‘대인 관계’ 못지않게 ‘나 자신과의 관계’를 잘 해야 한다.

‘대인관계’ 못지않게 중요해진 ‘나 자신과의 관계’

얼마 전 우연히 만난 80대 노인의 라이프스타일은 많은 통찰을 주었다. 전직 교사출신인 그는 아내와 사별한 뒤 양로원에서 살고 있다. 그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내향적 성격이라 사람들과 어울림 자체가 스트레스다.

그는 혼자서 텃밭 가꾸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 식물, 곤충, 새, 동물, 심지어 바람, 태양, 돌과도 대화를 나눈다. 텃밭이 그의 직장이고 나머지는 친구들인 셈이다. 그에게 텃밭 가꾸기는 운동, 자연, 취미, 관계, 사회활동, 일 등의 종합선물세트다. 그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매우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였다.

우리나라 장수학 권위자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가 지금까지 만난 수백명의 100세 장수인의 공통점은 4가지다.

첫째 부지런하다는 점이다. 잠시도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남에게 일을 맡기지 않고 스스로 한다. 자기 전 일기도 쓰고 반성도 한다.

둘째 호기심이 왕성하다는 점이다. 동네 대소사를 꿰뚫고 있으며, 늘 새로운 것에 관심을 두고 뭔가를 계속 배우려고 한다.

셋째 솔직하다. 속에 쌓아두지 않고 할 말이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편이다.

넷째 사람들을 좋아하고 잘 어울리려고 노력한다.

그리스 장수촌 이카리아섬 사람들은 평생 자주 어울리고 사회적 유대관계를 중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진은 그리스 전통축제때 세리포스섬 마을 남녀노소가 함께 춤을 추며 즐기는 모습 /셔터스톡

내 안의 내향성과 외향성

이들을 MBTI 성격으로 보면 얼핏 외향성(E)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남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솔직한 성격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남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려고 하고, 늘 배우고 자기발전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 측면에선 내향성(I)이 강하다. 결국 외향성과 내향성의 조화로운 균형을 발견할 수 있다.

젊은 시절에는 바쁘게 살다 보니 대부분 외향성(E)이 두드러진다. 늘 바깥세상에 관심을 두고, 에너지를 얻는다. 더구나 지난 수십년간 ‘빨리빨리’를 외치며 지구상에서 가장 바쁘게 살아온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나이 들어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면 내향성(I)의 생활 태도가 큰 힘을 준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 마음의 평화, 깨달음….

명상 등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거나, 아침 산책, 자연과의 접촉을 통해 사색을 하다 보면 내 내면이 조금씩 들여다보이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는 생각이나 감정은 물론 사리 분별도 보다 명확해진다.

마치 시속 70~100km로 달리다 10~20km로 감속했을 때 주위 풍경에서 지각되는 분명함과 안정감, 편안함이랄까.

바깥세상(외향성)과 내 안의 세상(내향성)을 균형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을 때 ‘인간적 성숙’, ‘행복한 장수’로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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