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허리둘레가 11cm 증가하면 위암, 대장암, 간암 등 비만 관련 암 발병 위험이 25%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2일 메디컬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스웨덴 룬드대학교 연구진은 남성의 경우 허리둘레가 체질량지수(BMI)보다 비만 관련 암 발병의 더 강력한 예측 지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1981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연령 51.4세의 33만9190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체질량지수(BMI), 허리둘레와 비만 관련 암 발병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오는 5월 열리는 유럽비만회의(ECO)에서 발표될 예정이며 미국립암연구소저널에도 게재된다.
연구진은 14년간의 추적 조사 기간 동안 1만8185건의 비만 관련 암 발병을 확인했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정의한 비만 관련 암에는 식도암, 위암, 대장암, 직장암, 간암, 담낭암, 췌장암, 폐경 후 유방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신세포암, 수막종, 갑상선암, 다발성 골수종이 포함된다. 남성의 경우 허리둘레가 11cm 증가하면 비만 관련 암 발병 위험이 25% 높아졌다. 반면 비슷한 수준으로 BMI가 증가(3.7kg/m²)했을 때는 암 발병 위험이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BMI를 통제한 후에도 허리둘레가 큰 남성은 비만 관련 암 발병 위험이 높았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허리둘레가 12cm 증가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BMI가 증가(4.3kg/m²)할 때 모두 비만 관련 암 발병 위험이 13% 높아지는 데 그쳤다.
연구진은 “BMI는 단순히 신체 크기만 측정할 뿐 지방 분포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지만, 허리둘레는 복부 비만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내장 지방은 대사적으로 더 활발해 인슐린 저항, 염증, 비정상적인 혈액 지방 수치 등 건강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성별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내장에 지방을 저장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팔·다리·엉덩이 등 신체 여러 부위에 지방을 축적하는 경향이 있어, 허리둘레 측정이 내장 지방량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결과적으로 허리둘레는 여성보다 남성의 내장 지방을 측정하는 데 더 정확한 측정법이다. 이는 허리둘레가 남성에게 BMI가 전달하는 것 이상의 위험 정보를 주지만 여성에게는 그렇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며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허리둘레와 암 위험 연관성이 다른 것은 비만(과도한 체지방)이 암 발병에 미치는 영향이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연구진은 여성의 엉덩이 둘레와 허리둘레를 결합하면 내장 지방을 더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