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실수하고 상처받는다. 때로는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다. 그럴 때,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인생의 진정한 행복은 당신의 황혼기의 모습이 어떤가에 달려 있다. 쓰라린 실패를 겪었더라도 마지막이 아름다우면 인생 전체가 빛날 수 있다. /셔터스톡

불교의 마음수행 5단계

불교에서는 마음수행의 단계를 다섯으로 나눈다. 가장 낮은 단계는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 후회하는 것. 가장 높은 단계는 잘못된 마음조차 일어나기 전에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다. 어떤 순간, 참지 못하고 넘어지고 만다. 그 실수와 죄로 평생을 후회하며 살아야 할까?

‘끝이 좋으면 다 좋아

4대 비극 작가로 유명한 영국의 셰익스피어가 만든 희극 ‘끝이 좋으면 다 좋아(All’s Well That Ends Well)’는 고진감래 끝에 사랑을 쟁취하는 여성의 해피앤딩 스토리다.

초라하게 시작했더라도, 쓰라린 실패를 겪었더라도 마지막이 아름답다면 인생 전체가 빛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기억은 마지막을 따라간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통증 환자 연구를 통해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사람의 기억은 전체 경험의 평균이나 총량이 아니라 ‘가장 강렬했던 순간(Peak)’ 과 ‘마지막 순간(End)’ 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1934~2024)은 인간의 기억은 마지막 순간에 좌우되기 쉽다고 했다. 이 통찰이 인간은 합리적이기보다 때로 비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행동경제학 이론으로 발전됐다.

쉽게 말해 힘든 고통도 나중에 편하면 별거 아닌 것으로 기억되며, 별거 아닌 고통도 나중이 힘들면 매우 고통스럽게 기억된다는 것이다.

“피크 엔드 룰(Peak-End Rule)” 이라고 불리는 법칙을 발견한 그는 심리학자로는 이례적으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잘못한 것이 많더라도, 마지막에 진심을 다하면 우리 인생은 전혀 다른 이야기로 기억될 수 있다.

끝을 바꾼 사람들

인류의 역사는 무수히 많은 사례를 보여준다.

다윗왕은 이스라엘의 위대한 영웅이었지만, 가장 충성스러운 부하의 아내를 빼앗는 중죄를 저질렀다. 결국 아들에게 왕좌를 빼앗기고 맨발로 도망쳤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참회해 다시 왕위를 되찾고 영광과 은총속에 인생을 마감했다. 다윗은 유대인 역사상 최고의 인물로 평가받는다.

20세기 섹스스캔들 추문의 대명사였던 영국의 전 국방장관 존 프러퓨모도 그랬다. 1960년대초 나이 46세에 5선 하원의원, 외무장관을 역임하고 ‘영국의 케네디’라고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19세 미성년 매춘부, 그것도 소련 스파이의 정부(情婦)와 놀아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러나 그는 술과 절망에 빠지는 대신 죽을 때까지 43년간 중독자 구제단체에서 봉사에 헌신했다. 결국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훈장을 받고 “우리 사회의 영웅”이란 찬사를 들으며 영예롭게 인생을 마쳤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요기 베라(1925~2015)는 선수시절 10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의 대기록과 함께 15년 연속 올스타, 세차례 아메리칸리그 MVP에 올랐다. 감독으로서도 자기 팀을 모두 월드시리즈에 진출시킨 명장이다. 평소 요가와 명상 수행을 열심히 해 집중력이 뛰어나고 직관력과 삶에 대한 철학의 경지가 대단했다.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 요기 베라는 말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9회말 투아웃, 확률 99.9%의 경기도 역전하거나 역전당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일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방심이나 좌절은 금물이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 마지막 순간까지 방심할 수 없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셔터스톡

많은 이들이 절망하는 지금, 우리는 이 진실을 되새겨야 한다.

정치 지도자든, 상처 입은 국민이든,

삶에 지친 개인이든,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이든,아직 끝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지금부터가 진짜다.

남은 삶을 진심으로 살아간다면, 우리의 이야기는 다시 쓰일 것이다.끝을 아름답게. 그것이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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