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은 9일 최근 전세난에 대해 “여러 요인이 있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임대차3법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4일에는 저(低)금리를 탓하는 발언도 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김 장관이 최소한 부동산 정책 수립 파트너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아파트 그래프나, 혹은 금리 그래프라도 한번만 들여다봤어도 그런 말은 못했을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최근 세입자에게 돈을 주기로 약속하고 퇴거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 의왕시 A아파트 전세 시세. 5년간 크게 오른적이 없다가 임대차3법 이후 급등했다.

홍 부총리는 경기 의왕시 A아파트를 전세로 내어준 상태였지만, 이른바 ‘이사 위로금’이란 이름의 뒷돈 700만원을 주고서야 세입자를 내보내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국토부 아파트 실거래 자료를 보면, 홍 부총리가 전세를 놓았던 A아파트 39평형의 전세 실거래 금액은 올해 9월까지는 6억원을 넘긴 경우가 단 한건도 없었다. 해당 기간 마지막 계약 금액도 5년전(2015년 11월)과 똑 같은 ‘5억5000만원’(8월)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하순 돌연 7억3000만원짜리 거래가 발생했다. 2개월새 2억원 가까이 시세가 뛴 것이다. 이후에는 아예 전세 공급이 끊겨 ‘전세 매물 없음’으로 네이버부동산에는 표기된다. 지역 중개업소에 따르면, 인근 비슷한 아파트 전세 시세는 7억5000만원 수준이다. 임대차3법은 지난 7월말 시행됐고, 이후 전국 각지에서 전세 매물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금리 변동도 최근의 전세 시세 상승을 설명하지 못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올해 5월 0.25%포인트 내린 이후 5개월째 변동이 없다. 최근 5년간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했지만, 전국 아파트 전세 시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다. 금리가 0.25%포인트 오른 재작년에도, 반대로 금리가 0.25%포인트 내린 작년에도 전세 시세는 하락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시세는 재작년 0.56% 내렸고, 작년에는 0.91% 내렸다.

실제 국민 여론도 정부와 여당이 전·월세 시장 안정과 서민 실수요자 보호를 명분으로 임대차 3법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날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대차 2법(주택임대차보호법·부동산거래신고등에관한 법률)이 전·월세 거래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10명 중 6명(64.3%)이 ‘도움이 안 된다’고 답했다. 특히 전세 임차인은 67.9%, 월세 임차인도 54%가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0.11.9 국회사진기자단

김 장관은 9일 국회 예결위원회에서 ‘전세난은 임대차3법 시행으로 발생한 현상’이라는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의 질의에 “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전세) 공급도 줄지만, 기존 집에 사시는 분들은 계속 거주하기 때문에 수요도 동시에 줄게 된다”고 반박했다.

김 장관은 “(임대차3법이) 모든 것의 원인이라고 말씀드리기 어렵고, 여러 원인을 검토하고 있다”며 “상응하는 대책이 나오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했다.